세월호 사고지점 협수로?…기소 넉달 넘도록 아리송

세월호 사고지점 협수로?…기소 넉달 넘도록 아리송

입력 2014-09-23 00:00
업데이트 2014-09-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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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폭 11㎞가 협수로라니”, 전문가 “협수로 맞아” 기초사실조차 특정 못해’검찰 부실수사’ 방증

세월호 승무원들이 기소된 지 넉달, 재판이 시작된 지 석달이 넘도록 침몰 지점이 협수로인지 아닌지 명확하지 않다.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사고 지점은 협수로가 아니라는 변호인의 주장에 법정에서는 수차례 공방이 벌어졌지만 누구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전문가 자문단에 참여한 이윤철 한국해양대 교수는 23일 승무원들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고 지점은 협수로의 연장선상”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했다.

’연장선상’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던 이 교수는 이준석 선장의 변호인이 “형사처벌의 전제조건인 선장의 직접지휘의무 발생 근거를 ‘연장선상’이라는 애매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느냐”고 되묻자 “협수로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폭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수심, 암초 유무, 조류, 선박 통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협수로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 가운데 조류가 순방향에서 역방향으로 바뀐 것을 빼고는 협수로로 규정할만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협수로 인정 여부는 당시 선장에게 운항을 직접 지휘해야 할 의무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주요 근거가 돼 이번 재판의 쟁점 중 하나가 됐다.

이 교수의 증언에도 논란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학설로도, 실무적으로도 협수로를 구분하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의 물길인 맹골수도는 폭이 4.5㎞에 불과해 협수로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사고 당시 세월호는 맹골수도를 이미 통과해 8㎞가량 떨어진 병풍도 인근에서 침몰했다.

침몰 지점인 병풍도에서 관매도까지 해역의 폭은 11㎞에 달해 협수로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세월호와 ‘쌍둥이 배’로 불리는 오하마나호의 선장도 법정에서 협수로는 아니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신청한 증인인 전문가들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듯 “협수로가 맞다”는 답변에 급급할뿐 수긍할만한 설명은 하지 못하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공판에서 “사고 지점이 맹골수도에 해당하는지, 당시 날씨·조류 등을 반영했을 때 이준석 선장에게 직접지휘의무가 있는 구간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승무원들이 기소된 지 4개월 넘도록 기초 사실이 될 사고 발생 지점의 특성조차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것을 두고 검찰 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주 지역 한 법조인은 “재판 후반에 석명(釋明·사실을 설명해 내용을 밝힘)을 요구하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지만 요구 사항이 매우 기초적인 사실에 관한 것이어서 다소 의외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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