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특례법 시행 한 달…아동보호 희망 보인다>

<아동학대특례법 시행 한 달…아동보호 희망 보인다>

입력 2014-10-29 00:00
업데이트 2014-10-29 07:1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특례법 적용 사례·신고 건수↑…보호기관 인프라 확충은 숙제

최근 서울가정법원은 정신질환을 앓던 어머니(46)에게서 폭행을 당한 A(13)군에 대해 임시보호명령을 발령했다.

A군은 식사를 제대로 못 하거나 씻지 못하는 등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2009년부터 서울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보호관리를 받아왔다.

2011년 보호관리가 종료됐고, 이듬해 A군은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어머니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폭언을 듣는 등 학대를 당했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결국 지난 2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다시 신고가 들어왔다. 기관 측은 어머니를 강제 입원시키고 A군을 응급조치한 후 국선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했다.

지난 6일 부산에서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잠자는 중학교 1학년생 아들(13)을 깨워 폭행한 아버지 박모(34)씨에게 특례법을 적용, ‘긴급 임시조치’ 1·2·3호를 내렸다.

이는 경찰이 특례법에 근거해 긴급 임시조치를 내린 첫 사례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지난 13일 지적장애를 가진 딸을 강제추행한 A(44)씨에 대해 친권행사를 제한 또는 정지하는 임시조치 4호를 신청, 법원으로부터 승인받아 A씨의 딸에 대한 친권 행사를 정지했다. 이 역시 특례법에 따른 첫 사례다.

◇ 임시조치 청구·보호기관 신고 급증 =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전국적으로 검사가 법원에 임시조치를 청구한 사례는 모두 58건이다. 이 중 54건은 인용됐고 4건은 기각됐다.

이 기간 피해 아동의 관계인이 청구한 보호명령 청구 사례는 모두 29건이었다.

관계인의 보호명령이 청구되면 법원은 재판처럼 심리(본안 판단)를 거쳐 청구를 받아들일지 결정한다. 만일 심리가 이뤄지는 사이 아동의 피해가 우려되면 상황에 따라 임시보호명령을 내린다.

이런 절차에 따라 지난 24일 기준으로 29건 중 법원의 심리를 거쳐 실제 보호명령 조치가 내려진 경우는 1건이었고 청구가 취하됐거나 기각된 경우는 2건이었다.

본안 판단이 이뤄지기 전 임시보호명령이 이뤄진 경우는 18건이었으며, 나머지 8건은 아직 심리 중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최종적인 청구 인용 여부에 대한 결정은 민사나 형사 본안과 같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약 한 달간 경찰이 내린 긴급임시조치 결정은 총 3건, 법원에 한 임시조치 신청은 37건으로 집계됐다.

특례법 시행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급증했다.

특례법은 누구든 범죄 발생 시뿐 아니라 아동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의혹이 들기만 해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정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특례법 시행 이후부터 지난 27일까지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총 1천267건이었다.

이 기간 하루 평균 신고 건수는 43건으로 지난해 9, 10월의 하루 평균 신고 건수(각 32, 31건)에 비해 약 30% 증가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체감하기에도 법 시행 전인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2배가량 신고가 급증한 것 같다”고 전했다.

◇ “인프라 부족 등 문제 산적…보완해야” = 특례법 시행 이후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지만 법 시행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문제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제도적 한계는 관련 법제를 이행할 일선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작성한 ‘아동보호체계 연계성 재고방안’ 보고서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 인력 1명이 담당하는 아동 수가 미국은 2천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2만5천명이나 된다.

이 때문에 피해아동 발견율(일반 아동 1천명당 학대피해 아동의 비율)도 우리나라(0.68∼0.69%)가 미국(8.8%)에 턱없이 못 미친다.

이는 우리나라에 학대피해 아동이 적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발견하지 못한 피해 아동이 많다는 뜻이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특례법 시행 이후 신고 건수와 행정업무가 증가했는데도 지원 예산은 이전과 동일하다”며 “아동학대에 좀 더 빠르고 집중적으로 대처하려면 인프라 보완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동학대 행위자를 단순히 처벌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이들을 교화시킬 수 있는 교육 및 상담 기관과 피해 아동 보호 쉼터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부수적 기관이 함께 발전해야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피해아동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