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일용직 등 ‘생계형 무면허’ 운전자만 노린 자해공갈단 덜미

배달·일용직 등 ‘생계형 무면허’ 운전자만 노린 자해공갈단 덜미

입력 2014-10-29 00:00
업데이트 2014-10-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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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공갈단이 노린 사람들은 대부분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생계형 운전자’였다.

29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무면허 운전자의 차량을 뒤따라가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 합의금을 뜯은 일당으로부터 피해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거나 화물차로 물건을 배달하는 사람들이었다.

 ‘무면허 운전자’ 노린 자해공갈단 덜미
‘무면허 운전자’ 노린 자해공갈단 덜미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교통안전교육을 받으려고 도로교통공단을 방문한 ‘생계형’ 무면허 운전자를 상대로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 금품을 뜯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김모(53)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최모(44)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진은 진열된 증거물.
연합뉴스
음주운전 등으로 면허가 취소됐지만, 생계를 위해 운전을 하다 자해공갈단이 쳐놓은 늪에 빠진 셈이다.

피해자 중에는 이들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줬다가 가정 불화를 겪는 경우도 있었다.

충남 아산의 한 조경업체에서 일하는 이모(57)씨는 지난 4월 27일 오후 5시께 도로교통공단 예산교육장에서 교통안전교육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무면허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려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는데, 갑자기 한 남성이 다가와 ‘사람을 치고 그냥 가면 어떡하느냐, 뒤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고 소리쳤다.

깜짝 놀라 차를 돌렸지만, 차에 치인 사람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씨는 그대로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문제는 몇 시간 뒤 터졌다.

한 남성이 교통사고 피해자라며 찾아와 합의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무면허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약점과 앞으로도 계속 운전을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지인에게 돈을 빌려 남성에게 건넬 수밖에 없었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박모(50)씨도 비슷한 수법으로 돈을 뜯겼다.

운전면허를 따려고 도로교통공단 청주교육장에서 교육을 받은 뒤 골목길을 빠져나오던 중 한 남성이 다리를 치였다며 발버둥쳤다.

박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지만, 무면허로 처벌받는 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수백만원의 합의금을 건넸다.

충북 괴산에 사는 이모(57)씨는 비슷한 수법으로 자해공갈단의 덫에 걸려 가정불화를 겪고 있다.

자해공갈단이 합의금을 요구했지만, 일용직 노동자인 그에게는 거액의 합의금을 줄 돈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지인에게 돈을 빌려 합의금을 줬지만, 며칠 뒤 아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잦은 부부싸움의 원인이 됐다.

경찰은 자해공갈단이 범행 대상으로 삼은 사람은 무면허 운전자 중에서도 화물차나 승합차를 끌고 교통안전공단에 방문한 50∼60대 남성이었다고 설명했다.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고, 무면허 운전인데다 나이도 많아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노린 것이다.

실제 이들은 피해자들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거액의 현금을 받은 뒤 자신의 신분증을 복사해주거나 실명으로 합의서를 써줬지만 신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사 과정에서도 무면허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사실 때문에 진술을 꺼려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조대현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피해자들이 무면허 상태에서 운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면허 운전이 범행으로 연결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피해자는 입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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