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에 좋다’ 빼돌린 전문 의약품으로 무면허 시술

‘미용에 좋다’ 빼돌린 전문 의약품으로 무면허 시술

입력 2014-10-29 00:00
업데이트 2014-10-2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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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실적 올리려 과다 주문 후 남은 물량 불법 유통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을 불법 유통시키고 이를 이용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압수된 의약품들
압수된 의약품들 29일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관계자가 압수된 의약품을 정리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문 의약품을 불법 유통시키고 이를 이용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벌인 일당을 적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문 의약품을 의약품 도·소매상과 병원에 정상적으로 납품하는 것처럼 거래명세서를 꾸며 무면허 의료업자에게 넘긴 혐의(약사법 위반)로 제약회사 직원 박모(32)씨와 도매업체 직원 이모(42)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직원의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제약회사 두 곳도 형사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의약품을 받아 면허 없이 투약해 억대의 수익을 올린 혐의(보건범죄특별법 위반)로 전직 간호조무사 김모(56·여)씨 등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 11명은 작년부터 올해 5월까지 병원이나 의약품 도·소매상에게 정상적으로 납품하는 것처럼 거래량을 부풀려 남은 양을 무면허 의료업자 서씨 등에게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약회사 2곳과 의약품 도매업체 소속인 이들은 제약업계의 지나친 판촉 경쟁으로 실적에 부담을 느끼자 실제 납품 수량보다 많은 거래명세서를 꾸미고 남은 물품을 서씨 등 무면허 의료업자에게 유통시켰다.

이 과정에서 각각 15∼30%의 이윤을 남기는 브로커가 개입해 불법 유통 과정이 추적되는 것을 피했다.

이들이 불법 유통한 의약품은 신경치료제, 난청치료제, 비타민 결핍 보충제 등 34개 회사의 70개 제품에 달했다.

2008년까지 간호조무사로 활동했던 김씨와 서씨 등은 이들로부터 받은 의약품을 면허 없이 1천여 명에게 투약했다.

김씨는 2009년부터 지난 7월까지 서울 강남구 일대 유흥업소 종사자들과 가정주부 등을 대상으로, 서씨는 작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서울 동대문구 일대의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이들 의약품을 투여했다.

김씨와 서씨는 해당 의약품을 피부 미백 효과가 있는 ‘백옥주사’, 피로 해소 효과가 있는 ‘신데렐라 주사’, 비타민을 보충해주는 ‘마늘주사’ 등으로 홍보하며 회당 2만∼10만원을 받고 각각 774명과 297명에게 투약했다.

그러나 일명 ‘백옥주사’, ‘신데렐라 주사’ 등으로 알려져 일반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에서도 인기가 많은 이 의약품들은 백반증, 발진, 쇼크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것들이다.

이들이 이렇게 올린 수익은 각각 1억 7천만원과 1억원에 달했다.

특히 서씨는 승합차를 개조해 이 같은 의약품을 보관하는 시설까지 갖춘 후 ‘손님’이 원하는 장소로 즉시 이동해 현장에서 투약해주는 방문 서비스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의사 면허가 없는 서씨 등이 환자의 상태나 약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 임의로 전문 의약품을 투약해 약물 오남용 문제가 우려된다”며 “실제로 서씨로부터 진통제 등을 수 백회 맞은 30대 여성 이모씨는 약물중독에 따른 의존 증상을 호소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앞으로 의약품 공급 브로커와 손잡고 허위 거래명세서를 만들어 준 의약품 도매업체와 병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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