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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시신 옆에서 흉기 위협은 계속되고…악몽의 23시간

동생 시신 옆에서 흉기 위협은 계속되고…악몽의 23시간

입력 2015-01-14 13:35
업데이트 2015-01-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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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극 피의자·생존자 진술 토대로 한 ‘범죄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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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비친 안산 인질사건 사건현장
유리창에 비친 안산 인질사건 사건현장 지난 13일 일어난 ’안산시 인질사건’에서 인질범이 인질 3명 중 의붓 막내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큰 딸 옆에 둔 채 경찰과 대치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4일 안산시 상록구 사건현장 내부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40대가 의붓딸 등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다가 2명을 살해했다.

어른들간의 삐뚤어진 집착에, 채 피어보지 못한 꿈을 가진 10대 여고생과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던 40대 가장은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동생의 시신 옆에서 5시간여 동안 흉기에 위협당한 한살 위 언니는 정신적인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2일 오후 3시 30분께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한 다세대주택 3층에서 이성을 잃은 김모(47)씨가 문을 두드렸다.

이 집은 부인 A(44)씨의 전남편 B(49)씨가 사는 집이다.

김씨는 2007년 네 번째 결혼한 뒤 지난해 8월부터 별거 중인 부인 A씨가 휴대전화를 받지 않자 B씨와 살고 있는 A씨의 친딸들을 볼모로 A씨를 만나려는 속셈으로 여기까지 왔다.

집 안에는 B씨의 동거녀 C(32)씨가 혼자 있었다.

그녀에게 ‘B씨 동생이다’고 속인 김씨는 문이 열리자마자 안으로 밀고 들어가 부엌에서 흉기를 챙겨 C씨를 위협한 뒤 결박해 작은방에 가뒀다.

”오늘 B씨는 집에 오지 않는 날이다”는 C씨의 말을 믿고 의붓딸들이 집에 오길 기다렸다.

오후 9시께 갑자기 B씨가 집에 들어오자 김씨는 당황했고, B씨도 “왜 내 집에 있느냐”며 따지다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 밖으로 도주하려고 했다.

그 순간 김씨는 B씨를 붙잡아 안으로 잡아 끌어당긴 뒤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시신은 욕실에 방치했다.

이후 막내딸(16)이 집에 들어왔고, 오후 11시께 큰딸(17)도 들어왔다.

이들은 바로 두손이 묶여 작은방에 감금됐다.

밤을 꼬박 새운 김씨는 13일 오전 9시 20분께 처음 A씨와 전화가 연결되자 인질극 사실을 알렸다. 경찰에 신고하면 아이들을 죽이겠다고 협박도 했다.

큰딸 전화로 김씨와 수차례 통화를 이어가던 A씨는 고성으로 말다툼을 했다.

그 사이 큰딸과 막내딸은 탈출을 시도했다. 결박을 풀고 김씨에게 저항한 것.

하지만 흉기를 지닌 중년 남성인 김씨를 이길 수는 없었다. 두 딸은 다시 제압됐다.

김씨는 아이들을 다시 묶고 오전 9시 38분 자신의 휴대전화로 다시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수신거부’돼 있었던 터라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화가 난 김씨는 9시 38분에서 52분 사이 14분간 막내딸을 흉기로 찌른 뒤 목 졸라 살해했다.

경찰은 김씨와 큰딸의 진술, 통화내역 등을 근거로 그렇게 짐작하고 있다.

시신은 그냥 작은방에 뒀다. 숨진 여고생의 언니는 무려 5시간여 동안 동생의 시신 옆에서 흉기로 위협당한 채 인질극의 희생양이 됐다.

오전 10시 15분 경찰이 개입해 협상에 나서면서 김씨는 흥분해 욕설하다가, 자수의사를 밝혔다가를 반복하던 중 낮 12시 45분 영상통화로 자신이 살해한 막내딸의 모습을 3초간 A씨에게 보여줬다.

경찰은 이때 처음 인명피해 사실을 확인했고, 두 딸 외에 다른 여자 목소리가 감지된 것을 근거로 인질이 더 있다는 것도 파악했다.

이후 자수하겠다던 김씨가 A씨와의 연락을 끊자 경찰은 특공대를 투입, 강제 집입해 김씨를 검거했다.

동생 시신을 옆에 두고 5시간 동안 흉기로 위협받은 큰딸과 무려 23시간에 걸친 인질극을 겪은 C씨는 정신적인 충격에 아직도 간간이 실어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인질극 당시 내부에 어떤 인질들이 어떤 상태로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맞다”며 “큰딸을 안전하게 구출하는 게 작전의 가장 큰 목표였는데 다행히 인질 2명을 무사히 구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존자 2명은 아직 제대로 대화를 못할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이 커서, 수사보다는 보호와 치료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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