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게양 인증샷·불량게양 신고…시대착오 행정 논란

국기게양 인증샷·불량게양 신고…시대착오 행정 논란

입력 2015-02-23 16:50
업데이트 2015-02-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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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상징에 대한 사랑은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해야”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부가 대대적인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펼치면서 ‘불량 게양’ 신고를 받거나 학생들이 게양 인증샷을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시대에 맞지 않는 행정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23일 행정자치부의 ‘3·1절 국기달기 운동 및 의정업무 설명회 자료’를 보면 행자부는 국기 게양률을 높인다는 취지로 ▲ 공동주택 동별 출입구 국기꽂이 의무화 ▲ 초중고교생 국기 게양 후 인증샷 제출 ▲ 교실·교무실 태극기 게시 여부 지도·점검 ▲ 국기 게양 후 일기·소감문 발표하기 ▲ 주택 신·증축 시 국기꽂이 설치 확인 ▲ 부실 게양 신고 ▲ 교내 국기 게양·하강식 실시 등을 추진 시책으로 제시했다.

또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정부서울청사, 세종문화회관, KT빌딩 등 세종대로 주변 빌딩 38곳 외벽에 대형 태극기를 거는 등 다양한 국기달기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펼칠 방침이다.

이번 캠페인은 국기 게양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가정이 많은데다 국기 달기에 대한 인식이 낮아져 국기 게양률이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국 아파트 중 난간 국기꽂이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에 준공된 약 20%와 난간이 없는 주상복합아파트 등은 국기꽂이가 없으며, 단독주택·연립·다세대 등도 국기꽂이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광복 70주년인 올해 3·1절을 맞아 대대적인 국기 달기 캠페인을 벌이기로 하고, 중앙부처와 각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행자부를 중심으로 마련한 국기 달기 주요 추진 시책 가운데 일부가 국민의 자발적인 동참을 유도하기보다는 강제성을 띈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국경일에 국기를 달도록 하고 ‘인증샷’, 즉 증거사진을 찍게 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태극기 부실게양 신고’를 접수하고 신속하게 조치하겠다는 것도 민간에 대한 무리한 간섭이 될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사라진 국기하강식을 실시하는 것도 반발이 예상된다.

이런 비판으로 인해 행자부가 제시한 일부 시책은 관련 부처의 반대로 본격 추진하기도 전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과 민간 건물에 국기꽂이 설치를 법령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해 “이견이 많은 데다, 규제 완화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판단돼 추진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진보성향의 인사들은 ‘강제성’ 국기달기 캠페인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거나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강제성’ 국기 달기 캠페인은 나라사랑 의식을 일으키기는커녕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면서 “국기나 국가상징에 대한 사랑은 주변 공동체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범위가 확장돼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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