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교과서가 죽게 됐습니다”…한글단체 ‘장례식’

“한글교과서가 죽게 됐습니다”…한글단체 ‘장례식’

입력 2015-08-13 16:09
업데이트 2015-08-1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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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학습부담 늘어나고 사교육 시장 배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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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교과서가 죽게 됐습니다’
‘한글교과서가 죽게 됐습니다’ 한말글문화협회, 한글문화연대 등 한글 관련 53개 단체가 모인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자 병기 정책 추진을 비판하고 있다. 2015.8.13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제공
”한글 교과서가 이제 죽게 됐습니다. 그래서 장례식을 합니다. 21일장이 될지 100일장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한말글문화협회, 한글문화연대 등 한글 관련 53개 단체가 모인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가 서울 도심에서 한글 교과서의 장례식을 치렀다.

이 단체 소속 20여명으로 구성된 장례 행렬은 1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한글회관을 출발해 광화문 일대를 차례로 돌았다.

참가자들은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과 세종문화회관 옆 조선어학회 순국선열탑, 주시경마당을 방문해 묵념을 했다.

이들은 굵은 베옷을 입고 굴건을 쓴 채 초등학교 교과서 표지를 액자에 넣은 영정과 유골함을 들었다.

’한자병기 웬 말이냐’ ‘한글 교과서 살려내라’라고 적힌 만장 10개가 그 뒤를 따랐다.

이대로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장례 행렬을 시작하면서 “21일장이 될지 100일장이 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한글 교과서를 지키도록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행렬을 마친 뒤 오전 11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자 병기 정책 추진을 비판했다.

이들은 “교육부는 일본식 한자혼용 주장자들 말만 듣고, 그것도 광복 70주년에 한자 병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신문과 대학 논문도 한글로만 쓰는 세상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부터 한글만으로 교과서를 만들게 해 반세기 만에 온 국민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됐다”며 “그 바탕에서 경제도 발전하고 우리 문화 ‘한류’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택 한글학회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님께 드리는 글’에서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함께 적게 되면 한자 사교육 시장이 번창하고 초등학교 학생의 학습 부담이 늘어난다. 이는 대통령님의 업적에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운동본부는 회견을 마치고 청와대에 성명서와 서한을 제출했다. 회견 중에 서예가 강병인씨가 ‘한글이 목숨’이라는 붓글씨를 써보이기도 했다.

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전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와 초등학교용 적정 한자 제시는 필요한가’ 토론회에서도 한자 병기 반대 주장이 잇따랐다.

한글문화연대는 “한글 전용 탓으로 문해력·독해력이 낮다는 주장이 있지만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한국 15살 독해력은 세계 1∼2위”라고 주장했다.

주최측은 “한자 병기는 어린이들에게 학습 고통을 가중하고 언어 학습과 사고 발달에 장애를 가져올 위험천만한 정책”이라며 교사 1천명의 반대 선언문도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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