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보수 무효’ 판결 두 달…변호사들 깊어지는 한숨

‘성공보수 무효’ 판결 두 달…변호사들 깊어지는 한숨

입력 2015-09-21 08:15
업데이트 2015-09-2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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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수금 높이지도 못하고 ‘우왕좌왕’…”떼여도 성공보수 약정” 회귀 움직임도

형사 사건의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변호사 업계는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 2만명’ 시대에 전보다 훨씬 심해진 경쟁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성공보수까지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변호사들의 한숨 소리가 커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다수 변호사가 형사 사건 착수금을 높일 수 없는 형편이어서 ‘성공보수 무효’ 판결 이후 아직 현실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 소송을 당하거나 떼일 수 있더라도 일단 성공보수를 주고받기로 의뢰인과 합의하는 과거로 ‘회귀’ 움직임마저 나온다.

업계에 새로 진입해 별다른 경력이 없는 젊은 변호사들은 사건 수임이 더 어려워졌다.

◇ ‘변호사 쇼핑’ 시대…”착수금 높이기 어려워”

대법원은 올해 7월 24일 형사사건에서 불기소나 구속영장 기각, 무죄 판결 등이 나올 때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받는 약정이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사회질서에 반한다며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런 판결이 계약체결의 자유 및 평등권을 위반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반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시간제 보수 약정 등 성공보수 약정을 대체할 4가지 유형의 새로운 형사사건 수임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다.

시간의 흐름이나 단계별로 얼마씩 받는다든지, 변호사의 업무 내용을 여러 항목으로 분류해 항목별 금액을 받는다든지, 전체 수임료를 정하고 의뢰인 사정에 따라 분할해서 받는다든지 하는 안이다.

그러나 변호사들 대부분 아직 어느 쪽이 최선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또 단계별이나 항목별 보수 약정은 의뢰인들이 이전에 형사 사건에 연루된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변호사들이 설명해줘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전체 수임료를 정하고 의뢰인 사정에 따라 나눠 지급하는 안이 가장 현실적인데, 사건 결과가 의뢰인에게 불리하게 나오면 잔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어 변호사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 처지에서는 착수금을 높이고 싶어하지만, 의뢰인들이 “너무 비싸다, 부담된다”며 다른 곳을 알아보겠다는 반응이어서 착수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변호사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의뢰인들이 여러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더 나은 조건을 찾는 ‘변호사 쇼핑’이 흔해진 세태이기 때문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근에는 부장판사 출신이라고 해서 성공보수를 수천만원씩 받지 못했고 1천만∼2천만원 받는 정도였는데, 대법 판결 이후 성공보수 대신 착수금을 3천만원으로 올리려고 했더니 의뢰인들이 다른 데로 가버리더라”고 푸념했다.

정확한 조사 결과는 없지만, 현재 변호사들의 형사사건 착수금은 대법 판결 이전보다 별로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나중에 떼이더라도 성공보수 약정이 나아”…회귀 움직임

결국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 보니 이전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변호사들도 많다.

계약 시점에는 성공보수 약정이 의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특히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 단계에서는 다른 약정이 마땅치 않다.

A 변호사는 최근 구속영장 심사를 며칠밖에 남겨두지 않은 사건의 의뢰를 받았는데, “일단 착수금으로 500만원을 지급하고 추후 500만원을 더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썼다. 계약서에는 ‘성공보수’라고 명시하지 않았지만, 의뢰인과 구두로는 성공보수 조건을 합의했다. 이 사건의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의뢰인은 합의에 따라 500만원을 마저 건넸다.

의뢰인이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면서 돈을 안 주고 버틸 수도 있지만, 결과가 의뢰인으로서 성공적이면 아직 그렇게 합의한 금액을 안 주려고 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고 변호사들은 전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사건에서 문제가 된 성공보수는 1억원이었지만, 요즘엔 기업인이나 유력 정치인처럼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의뢰인이 아닌 일반인의 형사 사건에서 성공보수를 1억원씩 약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0여년 경력의 한 변호사는 “과한 액수가 아니라 1천만원 이하의 사건들은 의뢰인들 요구에 따라 예전처럼 성공보수 약정을 하고 있다”며 “그 정도 금액으로 착수금을 올리네 마네 골치아픈 것보다는 하던 대로 하고 못 받으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 젊은 변호사들 “사건 수임 어려워…착수금 오히려 낮아져”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경력 10년 미만의 개인 변호사들은 사건 수임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착수금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변호사 사무실 운영비를 감당하려면 사건 수임을 어느 정도는 해야 하는데, 수임료 자체를 깎으려고 하는 의뢰인들이 많아지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이런 사건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변호사 업계의 공급 과잉으로 수임료의 평균치가 낮아진 데다 사회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작은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서민들은 형편이 어렵다며 착수금마저 분할 납부하겠다고 요청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는 한 변호사는 “사건을 가릴 형편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의 형사 사건은 착수금도 낮은 데다 성공보수까지 받기 어려워지면서 전보다 더 선호하지 않게 됐다”며 “그보다는 민사 사건을 수임하기 위한 법률 상담에 더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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