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매매계약 취소까지 인정될지는 미지수”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에 국내 첫 소비자 소송이 제기되면서 재판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브랜드의 경유차를 소유한 국내 소비자 2명은 30일 폴크스바겐그룹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이 배출가스와 관련해 자신들을 속였다며 자동차 매매계약 취소와 지불한 돈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조계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외신 보도 등을 보면 소비자들의 승소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폴크스바겐 측의 고의적인 배출가스 조작 행위가 있었고 폴크스바겐 본사에서도 이를 어느 정도 시인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배출가스 조작을 의도적으로 했고 이를 소비자에게 숨기고 판매했다면 ‘기망행위’(속임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민법 110조는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매매계약에서도 사기가 있었다면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법원이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계약 자체를 무효로 판단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폴크스바겐 측에서도 만만치않은 방어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실상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에서 배출가스 표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약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배출가스 차이로 인해 자동차 성능 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소송을 제기한 법무법인은 폴크스바겐이 ‘클린 디젤’이란 슬로건을 걸고 배출가스와 연비를 연결지어 광고한 점을 문제 삼았는데, 실제로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이 연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는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구매시 소비자들이 연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배출가스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폴크스바겐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툰다면 법원이 ‘배출가스 허위 표시가 매매계약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할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이 부당이득 반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예비적 청구로 제기한 손해배상도 일부는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말한다.
역시 폴크스바겐 측의 배출가스 조작 행위와 이를 소비자들에게 숨겼다는 불법행위가 명확히 입증된다는 전제에서다.
다만, 이 경우에 소비자들이 내건 손해배상 청구액 3천만원은 일부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소비자들이 입은 연비 손해나 중고차 가격 하락 등의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기존의 소비자 집단소송을 보면 소비자들이 주장하는 손해가 기대만큼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배상액이 소액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법원은 통상 불법행위와 관련된 다른 민사 소송에서 그렇듯 배출가스 조작을 실행한 이들의 형사처벌 결과를 지켜볼 전망이다. 이후 미국 등 해외에서 진행되는 민사 소송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