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갈등으로 박원순표 복지사업 줄줄이 난항 우려

정부와 갈등으로 박원순표 복지사업 줄줄이 난항 우려

입력 2015-12-06 10:52
업데이트 2015-12-0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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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수당·안심의료비 불확실’표심 영향’ 타깃형 정책으로 갈등 심화

청년수당 사업이 정부 여당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앞으로 서울시가 기획하는 다른 복지사업도 순항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지원 사각지대를 커버하는 ‘안심의료비’ 사업이 7개월째 복지부에 발이 묶인 가운데 청년수당으로 인해 서울시와 정부가 갈등 관계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이 청년과 베이비부머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체감도 높은 복지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지금 분위기에서는 추진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갈등 불씨 지핀 청년수당…안심의료비 무산되나

저소득층 취업준비생을 선별해 최장 6개월간 월 5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청년수당은 서울시가 발표하자마자 최경환 부총리부터 ‘표(票)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방정부가 중앙과 협의 없이 복지사업을 하면 교부세 삭감 등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법 시행령까지 통과됐고, 국무회의에선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박원순 시장 간에 설전까지 벌어졌다. 보건복지부와 법제처도 한목소리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서울시는 법률 검토를 더 해보겠다면서 목소리 톤을 낮췄지만 내년 역점사업으로 90억원 예산까지 반영했고 중앙정부에도 강력한 법적 제재 수단이 없어 결국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저소득층 환자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안심의료비’ 제도는 보건복지부 협의에 막혀서 시행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안심의료비 제도는 정부의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를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 질환 이외의 질병으로 고액 진료비를 떠안은 저소득층 환자가 대상이다.

정부 사업과 내용이 동일하고 질환 종류만 다른 것이다.

시는 올해 10월께 제도 도입을 목표로 연구 용역 등을 거쳐 6월에 복지부에 협의 요청을 했다.

협의는 통상 90일 이내에 마무리돼야 하지만 아직도 사업 가능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예산 약 36억 4천만원이 공중으로 날아갈 수 있다.

복지부는 이달 안에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이지만 설사 지금 통과된다고 해도 내년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시점이라 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

◇ 박원순, 베이비붐 재단 등 ‘타깃형 복지’ 확대

서울시는 전체 예산의 약 35%를 복지에 투입하고 있다. 내년 복지예산으로 올해보다 7.1% 많은 8조 3천893억을 편성해 최초로 8조원이 넘었다.

2013년 도입된 ‘서울형 기초보장제’는 박원순표 복지정책의 신호탄 성격이었다.

서울형 기초보장은 국민기초생활수급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에 서울시가 월 최대 53만원(4인 가구)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예산이 연 110억원 이상으로 청년수당보다 많고 저소득층의 체감도도 큰 데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청년수당보다 더 ‘월권’으로 볼 측면이 있지만 큰 잡음 없이 도입됐다.

지방정부가 복지사업을 할 때 중앙정부와 협의하도록 한 제도가 2013년 1월에 도입된데다 중앙정부로서도 기초수급제가 불완전한 점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된 이유는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었던 점으로 분석된다.

박 시장은 서울형 기초보장제로 복지 그물망을 확보했다고 보고 점차 ‘타깃형 복지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병간호로 생업이 중단된 환자 가족을 위한 ‘보호자 없는 병원(환자안심병원)’은 2012년 말 서울의료원에 도입돼 눈길을 끌었다. 복지부는 처음에는 ‘중복 수급’ 우려를 표했으나 결국 전국에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박 시장은 또 세대별 복지사업에 눈을 돌리며 어젠다 선점에 나섰다. 논란이 된 청년수당과 150만명이 넘는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하는 베이비붐 지원사업(350억원)이 대표적이다.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베이비붐 사업은 베이비붐(50+) 재단 설립을 통해 하기 때문에 복지부 협의 대상은 아니다.

◇ 선거 전후 표심 영향 가능성에 정부여당과 갈등 심화

박 시장의 타깃형 복지 사업은 표심에 직접 영향력을 끼칠 수 있지만 추진 과정에 걸림돌이 많을 것으로 점쳐진다.

청년수당을 계기로 지방정부가 자체 신규 복지사업을 추진하려면 사실상 중앙정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복지부문 관계자는 “올해 협의 요청한 사업 중 6건이 도로 내려왔다가 중복되지 않는 것으로 소명돼서 통과됐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 취지는 중앙정부 복지사업 매칭에 따른 지방정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협의하란 것이었는데 지금은 거꾸로 지방정부 사업을 막는 수단이 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오승록(새정치연합, 노원3) 서울시의원은 “이런 식이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상황에 맞춰서 자체적으로 복지 사업을 펼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청년수당 등에 대한 찬반양론과 관계없이 서울시가 타깃형 복지사업을 확대하는 한 이러한 갈등이 지속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 시장이 정부 여당과 워낙 다른 성향이다 보니 갈등이 증폭되는 면도 있다”며 “중앙정부가 지방사업을 막을 법 근거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중앙집권 체제다 보니 서울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갈등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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