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라도 몰라”…허술한 외국인 선원 채용

“범죄자라도 몰라”…허술한 외국인 선원 채용

입력 2016-06-20 15:24
업데이트 2016-06-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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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한국대리점-해외 현지대리점 등 복잡한 채용 구조

베트남 선원들이 인도양에서 조업 중 한국인 선장 등을 살해한 ‘선상반란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선원 채용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00년대 이후 원양어업이 쇠퇴하며 한국인 선원 비중은 급격히 줄고 대신 외국인 선원 비율이 크게 늘었지만, 이들을 채용하는 과정은 여전히 허술해 각종 선상 범죄가 일어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원양산업협회에 따르면 1990년 810척에 달한 우리나라 원양어선은 2013년 342척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 기간 원양업체도 157개에서 75개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업계는 외국의 조업 규제가 강화된 데다 어획량도 부진해 원양어업이 전반적으로 부진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양어선 1척을 20년간 운영하다가 지난해 경영 악화로 매각한 한 선사 대표는 “작년 원양산업발전법이 개정돼 원양어선에 적용되는 규제가 강화됐고 어획량까지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며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어 원양어선을 팔고 업종을 전환했다”고 토로했다.

원양어업의 쇠퇴와 함께 한국인 선원의 비중은 줄고 저임금으로 쉽게 고용해 쓸 수 있는 외국인 선원 비율은 크게 늘었다.

한국 선원(항해사 기준)은 월 220만원을 줘야하지만 외국인 선원은 초급자의 경우 평균 70만∼80만원 정도만 주면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외국인 선원 고용이 허용된 건 1992년이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외국인선원 관리 지침에 따라 참치와 오징어 채낚기 원양어선에 한해 1척당 3명의 외국인 선원을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마저도 고용 대상은 중국 동포(조선족)로 한정했다.

지난해에는 해수부 장관 고시로 원양어선 정원의 85%까지 외국인 선원으로 채울 수 있도록 허용됐다.

원양선사들은 한국인 선원의 경우 주로 인맥을 동원하거나 한국선원고용복지센터에 공고를 내 채용한다.

그러나 외국인 선원은 선사, 선원 송출업체로 불리는 한국 대리점, 해외 현지 대리점 등 복잡한 구조로 채용이 이뤄진다.

선사 측에서 어느 정도 경력의 외국인 선원이 필요하다고 한국 대리점에 요구하면 한국 대리점은 연봉 수준 등이 담긴 외국인 이력서를 해외 현지 대리점에서 받아 선사에 넘겨준다.

선사 측은 이런 대리점에 외국인 선원 채용을 맡기는 대가로 선원 1명당 800달러 가량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외국인 선원의 인성이나 범죄 경력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한 원양선사 관계자는 “사실상 대리점에 외국인 선원과 관련한 채용 전반을 위탁하기 때문에 해당 외국인 선원이 범죄자라도 알 길이 없다”며 “성품을 확인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선박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선원은 대리점에서 체크해 뒀다가 추천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한국인 선원이 외국인 선원 수보다 많았을 때는 선박에서 외국인 선원이 소란을 피워도 제압이 가능했지만 외국인 선원 수가 많아진 이후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국원양산업협회 관계자는 “원양어선 선원들은 장기간 폐쇄적인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선용품으로 챙겨간 술을 마시며 기분전환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이번 같은 사고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선장 등 간부를 제외한 나머지 선원은 외국인으로 채워지다 보니 한국인과 외국인 선원 사이에서 충돌이 생겼을 때 수적으로 밀려 피해를 보는 일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현재 원양어선을 타는 한국인 선원은 2천여명인 데 비해 외국인 선원은 6천500명가량에 이른다.

선상반란 사건이 발생한 광현호에도 선원 18명 중 베트남 선원과 인도네시아 선원 등 외국인이 15명인데 반해 한국인 선원은 선장과 기관장 등 3명뿐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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