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하려는 ‘부실한’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계약이 근본 원인
구의역사고 조사결과 발표
28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구의역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진상조사 결과 시민보고회에서 김지형 진상규명위원장(오른쪽)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6.7.28 연합뉴스
2016.7.28 연합뉴스
28일 서울시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스크린도어 관리 용역업체 은성PSD 소속 직접 채용자들은 서울메트로 출신 전적자와 임금은 물론 근로 시간에서까지 차별을 겪었다. 채용자 대부분은 6개월을 채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고, 그 빈자리를 현장실습생이 메웠다.
은성PSD는 2014년 11월부터 특성화고 학생을 1∼2주 교육한 뒤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 현장에 배치했다. 이들은 주로 스크린도어를 고칠 때 승강장으로 지하철이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러한 인력 부족은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이 지난해 맺은 용역계약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업무의 핵심은 고장 수리인데, ‘점검을 철저히 하면 유지보수(고장 수리)가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그 비용을 용역비 설계에서 뺀 것이다.
하지만 실제 계약에는 24시간 비상대비, 장애 발생 1시간 내 출동, 24시간 내 수리하지 않으면 지연배상금 부과 등을 꼼꼼히 규정하는 등 스크린도어 보수를 주요한 업무로 규정돼 있다. 연평균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는 1만 2000여건에 달했다.
보고서는 “서울메트로는 유지보수가 필수 업무임에도 용역비 설계에서 누락했다”며 “이 때문에 2011년도 협약 때보다 연 14억원 정도 부족한 용역비로 계약을 맺게 돼 인력 충원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은성PSD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2인 1조 근무가 불가능한 환경을 조성했고, 1~2주 정도의 교육을 마친 고등학생들은 쉴 틈 없이 다음 현장으로 출동해야만 했다.
일자리를 갈망했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은 회사의 방침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은성PSD가 회사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어린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실습생들은 2인 1조 매뉴얼을 지키기 위해 활용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