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죄값이 클까? ‘상습 음주운전 사망’ vs ‘사망 뺑소니’

어느 죄값이 클까? ‘상습 음주운전 사망’ vs ‘사망 뺑소니’

입력 2016-08-20 08:55
업데이트 2016-08-2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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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이 낮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처벌…평균 징역 1년, 70% 집유

사회적 인식은 ‘동기없는 살인’…현행법은 ‘우연한 과실’
재범률도 마약범죄보다 높아…재발 방지 보완책 필요

음주운전 대형참사가 반복되면서 외국보다 낮은 처벌 수위를 대폭 손질하고 재발 방지책도 적극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인천 일가족 사망사고 이후 사법당국의 단속과 처벌이 강화됐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여전히 음주 운전이 유발하는 사회적 해악에 합당한 처벌을 내리기 어려워 외국처럼 처벌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음주 사망사고 죄값은…평균 징역 1년, 그중 70%는 집행유예

수원지법은 지난 10일 상습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된 상황에서 다시 음주 사망사고를 낸 70대 운전자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징역 10년을 구형한 검찰은 운전자가 최근 3년간 두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처벌받고 사람을 다치게했는데 또다시 무면허에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것은 ‘동기없는 살인’이라며 항소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행을 봤을 때 법원의 이번 판결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검찰의 구형이 파격적이었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1년 이상의 징역, 상해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지만 실제 양형기준은 최대 3년이며, 지난 5월 15일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는 최고 4년 6개월로 개정된 양형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실제 2014년과 2015년 음주운전 사망사고 운전자들에게 내려진 평균 형량은 징역 1년 안팎이며 이마저도 10명 중 7명은 피해자와의 합의, 반성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 “술에 관대한 사회·경미한 처벌이 음주운전 부추겨”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음주운전을 ‘우발적 사고’나 ‘실수’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다른 범죄에 있어서도 술에 취한 피고인을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심신미약’ 상태로 보고 처벌을 감경해주는 등 술에 관대한 문화와 교통사고는 과실 사고라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음주운전 사고를 중대한 범죄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고인에 대한 처벌 수위는 ‘살인’보다는 ‘과실치사’ 범죄 수준에 훨씬 가깝다.

형법상 과실치사죄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고 폭행·상해치사는 3년 이상(15년 이하) 유기징역형, 살인은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 사형에 처할 수 있다.

교통사고 전문가 한문철 변호사는 “무단횡단을 하던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뺑소니도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는데 결코 죄질이 더 가볍지 않은 음주사고 처벌 수위는 훨씬 낮다”며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법정형 최하한 기준을 최소한 사망뺑소니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우연한 과실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했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수원 사건처럼 음주 전력이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음주 사망사고를 낸 피고인에게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은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다른 주도 살인죄 최저 형량과 비슷한 처벌을 하고 있다.

영국도 평균 징역 5년 이상의 처벌을 하며 캐나다는 6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한다.

일본에서는 2008년 음주·과속 운전으로 2명을 숨지게 하고 6명을 다치게 한 피고인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 법원이 징역 16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처벌과 더불어 단속 기준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장섭 전남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실제 음주단속 대상자의 40∼50%가 혈중알코올농도 0.05% 미만으로 훈방조치 되는데 훈방된다고 해서 운전해도 되는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근본적으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계장은 “일본은 2002년 음주운전자 처벌기준 강화와 함께 단속 기준을 0.05%에서 0.03%로 강화한 이후 연평균 1천200명에 달했던 음주운전 사망자 수가 10년만에 300명 이하로 감소했다”며 “OECD 회원국 중 음주운전 사고비율이 가장 낮은 편인 스웨덴은 혈중 알코올농도 0.02%가 넘으면 면허가 정지된다”고 설명했다.

◇ 음주운전 재발률 마약보다 높다…재발 방지책 보완 필요

음주운전 범죄의 재범률은 마약 범죄보다 높아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수로 꼽힌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음주운전 적발자(120만2천734명)의 재범률은 41.8%(50만2천952명)로 가해자의 절반이 또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1년부터 2015년 6월까지 5년간 마약류 사범(4만3천65명)의 재범률 38.7%(1만6천683명이)보다 높은 수치다.

외국에서는 음주운전이 중한 범죄라는 인식을 키우기 위해 강력한 처벌은 물론 각종 사회적 억제 장치를 활용하고 있으며 알코올 치료와 교육도 함께하고 있다.

실제 미국 대부분 주는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9∼30개월의 알코올 치료를 명령한다.

캐나다는 2회 이상 음주운전 적발 시 심리검사와 치료를 받은 뒤 심사를 통과해야 면허 회복이 결정되며 독일도 면허 재취득 시 알코올중독 여부에 대한 의사 소견서를 지참해야 한다.

태국은 올해 송끄란 연휴 기간 음주 운전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에게 병원 영안실 사회봉사 명령을 내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심각성을 깨닫도록 했다.

미국은 알코올 기준치를 넘으면 현장에서 곧바로 수갑을 채워 심각성을 알린다.

호주의 경우 음주 운전자의 이름을 신문에 공개하고 싱가포르는 사진까지 공개하며 말레이시아는 하루 동안 유치장에 가두고 기혼자의 경우 배우자까지 함께 구류한다.

음주 운전자에게 흉악·연쇄 성범죄자를 상대로 시행하는 전자발찌 부착 시스템을 활용하는 국가도 있다.

스웨덴은 음주 운전자에게 금고형을 선고하고 전자장치를 통한 지속적인 감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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