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무임금 ‘축사노예’ 가해부부 고개 떨궜지만 중대혐의 부인

19년 무임금 ‘축사노예’ 가해부부 고개 떨궜지만 중대혐의 부인

입력 2016-09-23 13:43
업데이트 2016-09-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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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공판 내내 고개 들지 않아…처벌 무거운 노동력 착취 유인·폭행 혐의 부인

지적 장애인 ‘만득이’에게 19년간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킨 60대 농장주 부부가 첫 재판부터 노동력 착취유인과 상습 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서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23일 청주지법 223호 법정에서는 이 법원 형사합의12부(이현우 부장판사)의 심리로 고모(47·지적 장애 2급)씨에게 강제노역을 시킨 농장주 김모(68)씨와 부인 오모(62)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김씨 부부는 1997년 7월부터 고씨가 탈출, ‘강제노역’ 생활을 청산한 지난달까지 무려 19년간 임금을 주지 않은 채 그에게 축사 일과 밭일을 시키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상습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부인 오씨는 폭행 혐의가 중한 것으로 조사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법정에 들어선 김씨 부부는 공판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검찰이 공소 내용을 밝힐 때는 잠깐씩 몸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변호인을 통해 중대 혐의는 모두 부인했다.

김씨 부부에게 적용된 혐의는 형법상 노동력 착취 유인, 상습 준사기, 상해, 근로기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총 5가지다.

이중 노동력 착취 유인죄는 징역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중대 범죄다.

김씨 측 변호인은 “임금과 퇴직급을 미지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검찰이 지적하는 노동력 착취 유인에 의도성은 없었다”며 “또한 범행의 상습성과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애를 가진 피해자의 가족을 찾아주지 않은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를 회복하는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판은 인정신문 뒤 증거 채부, 증인 채택을 거쳐 15분여 만에 끝났다.

다음 달 7일 열리는 다음 공판은 피해자 고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예정돼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김씨 부부가 일부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이들이 애초부터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킬 의도로 고씨를 데려왔는지와 상습적으로 폭행했는지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고씨는 1997년 여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청주시 오창읍에 있는 김씨의 농장으로 왔다.

이곳에서 19년간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100여마리를 관리하거나 밭일을 하는 등 무임금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지난 7월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온 고씨를 발견한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그는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검찰이 밝힌 고씨의 밀린 품삯은 무려 1억8천여만원에 이른다.

고씨는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김씨 부부를 상대로 임금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고씨의 밀린 임금을 배상받기 위한 첫 재판은 다음 달 19일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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