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독감주사 맞고 수은 주입…첫 소송후 11년만에 “국가 배상”

군대 독감주사 맞고 수은 주입…첫 소송후 11년만에 “국가 배상”

입력 2017-02-13 07:07
업데이트 2017-02-13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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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제대 남성, 지루한 법정·행정 다툼 끝에 2번째 민사소송 이겨

군대에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가 의무대의 실수로 몸에 수은이 주입된 남성이 수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위자료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류종명 판사는 김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김씨에게 2천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는 제대를 석 달 앞둔 2004년 9월 의무대에서 사실상 의무적으로 독감 예방접종을 했다.

그 후 김씨는 오른쪽 팔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방사선 검사 결과 팔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

김씨는 그해 12월 26일 ‘오른쪽 어깨 이물 주입상태’라는 병명으로 공무상병 인증서를 받은 뒤 만기 제대했다.

이후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받아보니 혈중 수은 농도가 120(체내 수은 농도 안전기준치 5 미만)으로 측정됐다. 조직 검사 결과도 해당 이물질이 수은으로 의심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씨는 수술을 통해 수은 덩어리를 빼냈다.

그는 의무대에서 2004년께 수은이 함유된 체온계와 혈압계를 사용했고, 그 무렵 체온계가 깨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는 점을 기억해냈다.

그는 2006년 “국가가 군부대 내의 수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예방접종 시 다량의 수은이 주입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항소했지만 2심에서 화해권고 결정이 나왔다.

보훈지청엔 별도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하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우여곡절 끝에 등록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신체 희생 정도가 상이 등급 기준에 미치지 못해 국가유공자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2006년 6월 첫 소송을 제기한 이후 5년 넘게 법적·행정적 다툼을 벌였지만 허무하게 결론이 난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행정소송에서 예방접종과 수은 주입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받은 점을 토대로 2015년 말 다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이번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류 판사는 “의무병들이 수은이 함유된 체온계 관리를 소홀히 해 일회용 주사기 백신에 수은이 섞여 김씨에게 주입된 것으로 봐야 타당하다”며 국가의 잘못과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국가는 김씨가 2011년 10월 보훈지청에서 국가유공자 비해당 결정 통보를 받은 후 3년(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이 지나 소송을 냈으므로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시효 3년이 지나 소송을 제기한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김씨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보고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류 판사는 “국가는 김씨가 제기한 민사소송과 국가유공자 등록신청, 행정소송에서 과실을 부인했고, 결국 4년에 걸친 소송 끝에 공무 관련성을 인정받았지만 상이등급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또다시 유공자 비해당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의 오른쪽 팔에는 수술 흔적이 여실히 남아있고, 흔적이 평생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가 국가의 과실로 상해를 입은 김씨에게 시효 소멸을 주장해 손해배상을 거절하는 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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