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마카오 국가 인식 표현 36개 외국 항공사에 삭제 요청
국내 항공사 “외교 문제 수정 논의”일부 ‘동남아→중국’ 분류 변경
中 “외국기업 사업하려면 따라야”
중국 민항총국(CAAC)이 중국 내 36개 외국 항공사에 대만, 홍콩, 마카오가 중국과 별개의 국가로 인식되는 표현을 삭제할 것을 요청한 가운데 국내 항공사들은 이 요청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CAAC는 두 차례에 걸쳐 외국 항공사들에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른 표기법 수정을 요청했다. 지난달 25일 2차 요청 대상에는 한국 항공사들도 끼어 있어 관련 공문을 받았다. 일부 한국 항공사는 CAAC의 요청을 따라 대만과 관련된 정보 분류를 모두 ‘동남아’에서 ‘중국 및 홍콩·마카오·대만’으로 수정했다.
한 국내 항공업체 관계자는 요청 사실을 확인하고 “본사와 대만 등 표기법 수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업체 관계자는 “표기법 수정은 외교 문제가 걸려 있는 등 다양한 논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중국 측의 요청을 거부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이 한·중 관계 개선에 따른 후속 조치로 지난주 우한(武漢)에 이어 이날 충칭(重慶) 지역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관광도 허용하는 등 관광 활성화 조짐이 보이는 터라 괜한 문제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자본력과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전 세계 기업들에 ‘갑질’하는 행태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물론 중국 네티즌도 전 세계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조사하면서 갑질 피해 사례가 증가 추세를 보인다.
지난 1월에는 세계적인 호텔체인 메리어트가 자사 VIP 회원에게 설문조사 문항을 보내면서 티베트, 대만, 홍콩, 마카오를 국가로 표기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 호텔의 중문 사이트는 폐쇄됐고 사과글까지 올렸다.
미국 델타항공이나 스페인 패션브랜드 자라도 웹사이트에 대만과 티베트를 국가로 표기했다가 공개 사과문을 게재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5일 직접 성명을 내 중국의 항공사 표기 수정 요구를 ‘전체주의적 난센스’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홍콩, 마카오, 대만이 중국 영토라는 점은 객관적인 사실”이라며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경영활동을 하려면 중국의 주권과 법률, 중국인민의 민족감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8-05-08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