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임명 전 경찰이 청와대 대면보고…민정수석실도 자체 보고서”

“김학의 임명 전 경찰이 청와대 대면보고…민정수석실도 자체 보고서”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9-03-28 09:30
업데이트 2019-03-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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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김학의 ‘전격 출국금지’
법무부, 김학의 ‘전격 출국금지’ 법무부가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출국하려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특수강간 혐의 수사를 앞둔 김 전 차관이 이대로 출국할 경우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긴급히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은 지난 2009년 당시 울산지검장이던 김 전 차관이 인터뷰하는 모습. 2019.3.23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박근혜 청와대’가 김학의 법무부 차관 임명 전 ‘별장 성관계 동영상’과 관련해 직접 보고를 받았고, 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잇따라 보도됐다.

28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당시 경찰 수사팀 핵심 관계자 A씨는 “2013년 3월 초 김학의 전 차관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3월 5일 청와대의 호출을 받아 수사국 간부들이 (청와대 관계자에게) 대면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그 해 3월 13일 차관 임명 8일 전 경찰이 청와대에 관련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A씨는 당시 경찰 첩보 보고를 두고 “‘범죄정보과 외근팀들이 (성관계)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피해 사실을 들었다. 동영상 얘기를 듣고 동영상을 입수하려고 관련자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KBS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3월 5일 동영상 문제를 두고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전화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대해 A씨는 “청와대 관계자가 (수사국장에게) 전화로 보고를 받고, 구두 보고로는 안 되겠다고 해 들어와서 보고하라 이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화 보고가 서면을 갖춘 대면 보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당시 청와대 누구에게 보고했는지에 대해선 A씨는 “아직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사진은 2013년 3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당시 박근혜(왼쪽) 대통령이 곽상도(현 자유한국당 의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임명장 수여식이 이날 열렸을 뿐 곽 의원은 그 전부터 이미 민정수석 업무를 시작했다. 2013.3.25 연합뉴스
사진은 2013년 3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당시 박근혜(왼쪽) 대통령이 곽상도(현 자유한국당 의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임명장 수여식이 이날 열렸을 뿐 곽 의원은 그 전부터 이미 민정수석 업무를 시작했다. 2013.3.25 연합뉴스
A씨는 “3월 13일에 김학의씨가 차관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수사팀 관계자들이 깜짝 놀란 기억이 난다”면서 “그런 첩보 내용이 보고됐으니 임용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연합뉴스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자체 조사를 거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을 정도로 의혹을 충분히 인지했다는 증언을 당시 민정수석실 사정을 잘 아는 인사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 인사는 “김학의 전 차관이 임명되기 전 민정수석실도 자체 조사를 거쳐 별장 성접대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민정수석실에서는 고위직 인사 때 작성하는 통상적 검증 보고서와 별개로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공직자 인사 검증과 감찰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했다. 당시 성접대 의혹 관련 보고서는 여러 건 생산됐고, 김학의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는 “당시 보고서는 단순히 풍문을 정리한 수준이 아니었다”면서 “그 내용 정도로만 해도 김학의 전 차관이 차관으로 임명돼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경찰이 김학의 전 차관 관련 첩보가 없다고 청와대에 허위 보고했다”고 말해왔다.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검증 단계에서 경찰이 내사 중이란 말을 듣고 경찰에 물어봤지만 경찰은 ‘그런 것 없다’고만 했다”고 했다.

다만 이후 조응천 의원은 성접대 의혹 관련 보고서를 올렸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신문 DB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신문 DB
반면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학의 전 차관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시중에 도는 소문이 대통령에게 보고되나”라면서 조응천 의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민정비서관이었던 이중희 변호사는 경향신문에 “경찰이 관련 내용이 없다고 하다가 차관 인사를 발표한 13일 갑자기 (내용이) 있다고 해서 그날에야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이 청와대에 대면 보고까지 하고, 민정수석실에서 경찰과 별개로 자체 조사를 거쳐 보고서까지 여러 건 생산했다면 청와대도 의혹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인사의 문제점도 어느 정도 우려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임명이 강행되고, 당시 경찰 보고와 민정수석실의 보고서가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향후 확인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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