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설 뒤 남은 물기·새벽 이슬비에도… ‘도로 위 암살자’ 깨어난다

제설 뒤 남은 물기·새벽 이슬비에도… ‘도로 위 암살자’ 깨어난다

김상화 기자
김상화, 이민영, 윤수경 기자
입력 2019-12-16 22:38
업데이트 2019-12-19 14:3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겨울철 도처에 숨어 있는 ‘블랙아이스’

‘블랙아이스’와 비슷한 서리·결빙 지역
눈길보다 사고 4.8배·사망 3.5배 많아


교량·고가도로 이음새 살얼음 잘 생겨
전국 결빙 취약구간 전면 재조사 시급


행안부, 전국 상습결빙구간 1464곳 지정
차량 많은 이촌 고가도로 등 서울도 81곳
겨울철 ‘도로 위의 암살자’로 불리는 `블랙아이스 현상’에 따른 교통사고가 속출하면서 결빙 취약 구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블랙아이스와 유사한 서리 및 결빙 지역에서 최근 5년간 6548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사망자는 199명에 달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서리 및 결빙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눈길 사고 발생 건수(1358건)보다 4.8배 많고 사망자(57명)도 3.5배 많았다. 지난해 통계만 봐도 서리 및 결빙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1349건으로 눈길(885건)보다 1.5배 많았다. 사망자수도 서리 및 결빙 지역이 24명으로 눈길(9명)보다 2.6배 많았고 부상자수도 2390명으로 눈길(1486명)보다 1.6배 많았다.

블랙아이스로 인한 대형 사고는 주로 고속도로에서 일어난다. 블랙아이스로 인한 최초의 대형 사고는 2011년 12월 24일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발생한 104중 추돌사고다. 제설작업 뒤 도로에 남아 있던 적은 양의 물기가 얼어붙으면서 발생했다. 2015년 2월 11일 국내 최다 추돌기록을 세운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도 주된 원인은 안개였지만, 블랙아이스도 원인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있었다.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했으며 1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블랙아이스는 추운 날씨에 눈, 비 등이 내리면서 노면에 생긴 살얼음으로 아스팔트의 색깔이 그대로 투영돼 붙여진 이름이지만 맨눈으로는 식별이 어렵다.
이미지 확대
차가 많은 서울 안에서도 관련 사고가 적지 않다. 2015년 1월 23일 서울 당산철교 인근 노들길에서 하루 동안 네 번이나 차가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눈이 오지 않았지만 추운 새벽에 블랙아이스가 생겨 3시간 동안 반경 1㎞ 안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2018년 12월 성북구 정릉동 아리랑로터리 정릉진길 부근에서는 과속으로 오던 차가 도로에 있던 공작물과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날씨는 맑았지만 도로가 언 상태였다. 해당 지역은 구릉지로 지난 5년간 결빙 시 4건의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중상을 입기도 했다.

경기도에서는 최근인 지난 4일 화성시 장안대교에서 10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졌다. 경찰은 전날 밤 내린 약한 비가 기온이 낮아지면서 다시 얼어붙어 생긴 ‘블랙아이스’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행안부는 최근 사고위험도가 높은 상습결빙구간으로 서울 81곳을 포함해 전국 1464곳을 지정했다. 지역별로는 경남이 274곳으로 가장 많다. 이어 경기 211곳, 충북 165곳, 강원 115곳, 전남 108곳, 부산 106곳, 전북 78곳, 경북 60곳 등이다.

서울은 경사로, 지하차도, 고가도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사로는 중구, 용산구, 은평구, 서초구, 양천구 등 다양한 구에서 고루 나타났다. 서초구 양재 지하차도, 남산 2호터널 입구 지하도 등도 상습결빙구간으로 꼽혔다. 용산과 마포 등 구도심에서는 ‘블랙아이스’가 잘 발생하는 교량과 유사한 형태의 고가도로가 많았다. 특히 용산의 이촌고가, 한남동 소월고가는 교통량이 많은 지역인데도 요주의 지역으로 선정됐다.

최근엔 험준한 산을 깎고 높은 교량을 이어 도로를 만드는 경우가 많아 이전보다 블랙아이스 발생지역이 더 늘어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복병이 많다는 얘기다.도로교통공단 김정래 박사는 “땅 위에 떠 있는 교량이나 고가도로 등은 퍼즐처럼 이음새가 존재하는데 이 지점 2~3m 구간에 찬 공기와 습기가 모여 눈비가 오지 않아도 블랙아이스가 생길 수 있다. 방호벽 밑이나 중앙분리대 쪽에도 온종일 그늘이 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서울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서울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2019-12-17 10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