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사망 대학생’ 최초 발견 민간구조사, 유가족과 처음 만나

‘한강 사망 대학생’ 최초 발견 민간구조사, 유가족과 처음 만나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1-05-02 23:03
업데이트 2021-05-0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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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서 얼굴 못 본 유가족과 민간구조사 빈소서 첫 만남
구조사 “정민이를 살려서 보내지 못해 죄송합니다”
유가족 “정민이 얼굴 다시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승강장 근처 잔디밭에서 대학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실종된 뒤 닷새 만에 실종지점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손정민(21) 씨의 빈소가 2일 서울 강남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져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지난달 25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승강장 근처 잔디밭에서 대학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실종된 뒤 닷새 만에 실종지점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손정민(21) 씨의 빈소가 2일 서울 강남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져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여보, 구조사님이야.”

고 손정민(21)씨 아버지 손현(49)씨가 이틀 전 아들의 주검을 최초로 발견한 민간구조사 차종욱(54)씨가 2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성모병원 빈소에 들어서자마자 아내에게 나직히 건넨 말이다. 세 사람은 이날 빈소에서 처음 만났다. 차씨는 지금껏 언론에 얼굴이 공개된 적이 없어 얼굴을 알기 어려웠을텐데도 아버지 손씨는 단박에 차씨 얼굴을 알아본 것이다.

손현씨는 차 구조사에게 정중하게 ‘절을 올려도 되겠냐’고 물었고, 세 사람은 정민씨의 영정 앞에서 맞절을 올렸다. 세 사람은 절을 올린 뒤 일어서서 말 없이 눈을 마주친 뒤 함께 울었다. 차 구조사는 “정민이를 살려서 보내야 했는데 죽은 뒤에야 구해서 죄송합니다”라고 유가족에게 거듭 사과했다. 손현씨는 “(구조사님께서) 구해주시지 않았다면 아직도 물에 떠 있었을텐데 아들을 구해주셨습니다”라면서 “살아서 다시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차 구조사는 이날 장례식장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지만 발인하기 전에 와봐야할 것 같아서 왔다”면서 “정민씨 아버님께서 제 얼굴을 모르실 줄알고 조용히 조문을 드리고 가려고 했는데 저를 바로 알아보셨다”고 했다.

차 구조사는 이후 2시간 정도 빈소에 머물며 입관식 전까지 정민씨 발견 당시 상황을 묻는 유가족들의 질문에 답하면서도 위로의 말을 전했다. 차 구조사가 마지막으로 본 정민 씨의 얼굴에 대해 말하자 유가족이 울기도했다. 차 구조사가 오후 7시 50분쯤 빈소를 떠나려고 하자 정민씨의 어머니와 외할머니도 차씨의 손을 잡고 거듭 감사함을 표시했다. 차 구조사는 이때도 유가족에게 더 빨리 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지난달 30일, 고 손정민 군의 시신을 최초로 발견한 민간 구조사 차종욱(54)씨의 구조견 ‘오투’가 고 손정민(21) 씨가 닷새 전인 지난달 25일 실종됐다가 지난달 30일 발견된 지점인 서울 한강반포공원 반포수상택시승강장 쪽을 바라보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지난달 30일, 고 손정민 군의 시신을 최초로 발견한 민간 구조사 차종욱(54)씨의 구조견 ‘오투’가 고 손정민(21) 씨가 닷새 전인 지난달 25일 실종됐다가 지난달 30일 발견된 지점인 서울 한강반포공원 반포수상택시승강장 쪽을 바라보고 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차 구조사는 정민 씨가 실종된 지 닷새만인 지난달 30일 오후 3시 50분쯤 실종 지점인 반포한강수상택시승강장 부근에서 방향으로 떠내려오는 ‘검은 물체’를 발견했다. 차 구조사는 곧바로 구조견 ‘오투’를 보내서 오후 4시 10분쯤 시신의 신원이 정민 씨임을 확인했다. 뒤이어 도착한 구조대가 오후 4시 30분쯤 정민씨의 시신을 인양했다.

구조 당시 차씨는 현장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실종 당일은 만조가 세서 바닷물이 김포에서 구리 쪽 방향으로 역류하고 있었다”며 “만약 시신이 떠오른다면 이날 이 장소쯤일 거라고 생각해 구조견과 주변을 수색했고, 전날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예상 지점보다 조금 더 아래인 실종지점에서 (정민씨를) 발견했다. 5분만 늦게 봤으면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민 씨의 친구들은 장례식장 앞 모니터에 뜬 전자방명록에 “정민아 마지막까지 우리가 따듯하게 지켜줄게. 그곳에서 편히 쉬어라”,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라는 작별의 인사를 전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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