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28건 보내고 370만원 수령한 교수…94억 부당지급 적발

카톡 28건 보내고 370만원 수령한 교수…94억 부당지급 적발

이보희 기자
입력 2021-05-11 16:22
업데이트 2021-05-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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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전국 11개 국립대 학생지도비 실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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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반환 촉구하는 대학생들
등록금 반환 촉구하는 대학생들 등록금반환본부 소속 대학생들이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42개 대학 3500명 대학생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을 선포하고 있다. 2020.7.1/뉴스1
지방 한 국립대는 지난해 안식년 중에 있거나 국외 연수 중인 교수 7명에게 학생지도비 명목으로 3500만원을 지급했다가 국민권익위원회 실태조사에서 적발됐다. 이 대학은 또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전자우편으로 보내는 것도 학생 상담으로 인정해 교직원들에게 총 35억원의 학생지도비를 부당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지방 국립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28차례 보내고 370만원의 학생지도비를 수령했다. 내용은 대부분 코로나19와 관련된 건강상태 확인이나 안부를 묻는 것이었다. 카카오톡 한 건당 13만원의 학생지도비를 받은 셈이다.

교육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11일 전국 38개 모든 국립대를 대상으로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비’ 운영실태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부당집행 사례가 만연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권익위가 전국 11개 국립대를 표본으로 선정해 3~4월 학생지도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0개 대학에서 94억원의 부당집행 사례가 적발됐다. 10개 대학이 지난해 집행한 전체 학생지도비가 51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8.4%가 부당집행된 셈이다. 전체 38개 국립대학이 지난해 집행한 학생지도비가 1147억원에 달해 부당집행 금액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 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립대 대학회계는 크게 중앙정부·지자체 이전 수입과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 주요 재원인 자체수입으로 나누는데, 교육·연구·학생지도비는 자체수입에서 지급한다.

교육·연구·학생지도비는 2015년 국립대 기성회회계가 폐지되면서 활동실적에 따라 개인별 차등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전에는 기성회회계에서 급여보조성 수당으로 지급했지만 기성회비가 폐지되고 대학회계로 통합되면서 이를 금지했다.

그러나 권익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국립대 교직원들이 학생지도비를 급여보조성 경비로 인식하고 관행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학생 상담이나 교내 안전지도 등 활동 실적을 허위로 제출하고 학생지도비를 받은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A대학 교직원들은 캠퍼스 적응 지도 관련 프로그램 활동을 하면서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같은 날 옷을 바꿔 입어가며 허위 증빙사진을 첨부했다. 활동에 참석하지 않은 직원들을 대신해 출석 서명을 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A대학이 12억원의 학생지도비를 부당 지급한 것으로 파악했다.

B대학과 C대학은 오후 7시 전후 퇴근한 뒤 오후 11시쯤 다시 출근해 학생안전지도 활동을 한 것처럼 실적을 허위 등록하는 등의 방법으로 각각 6700만원과 5000만원의 학생지도비를 받았다. D대학은 교직원들이 학생멘토링 활동을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한 것처럼 허위로 실적을 입력하거나 실제보다 횟수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2800만원을 수령했다.

부실 운영 사례는 더 많았다. E대학과 F대학은 주말에 직원과 학생이 시내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3~4시간씩 멘토링을 한 것으로 실적을 제출했으나 사실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 증빙자료가 없었다. 제출한 상담 내용도 부실했지만 학생지도비를 각각 20억원과 18억원 집행했다.

E대학의 한 교직원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14㎞ 거리의 학교 도서관에서 학생과 상담한 실적을 제출하기도 했다. G대학 교직원 87명은 근무시간에 학생 취업 지도 활동을 한 명목으로 학생지도비 4470만원을 받았다. 1회당 15만원을 받아갔다. 학생지도비는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 이후, 주말 등 근무시간 이외의 활동만 실적으로 인정된다.

학생지도비를 수당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H대학은 코로나19로 학생 84%가 비대면 수업을 하는 상황에서도 하루 최대 172명(직원 전체)의 직원이 학생 지도 활동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총 7억4600만원의 학생지도비를 받았다.

교육부는 권익위 요구에 따라 전체 38개 국립대학의 학생지도비 운영실태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감사 결과 부당 집행 사례가 확인되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또 교육·연구·학생지도비 예산이 부당 집행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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