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을 만나보시겠습니까’ 메시지에 속아, 노출 영상까지 전송

‘재벌을 만나보시겠습니까’ 메시지에 속아, 노출 영상까지 전송

손지연 기자
손지연 기자
입력 2024-03-14 12:08
수정 2024-03-14 12:0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아시아 최대 부동산 재벌’이라더니 무직
SNS서 재력가 연결해주는 ‘에이전시’ 사칭
영화로 부유층 정보 얻어…신체 영상 요구·유포

이미지 확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4일 해외 재력가를 사칭해 여성들에게 접근, 신체 촬영 영상을 유포한 20대 남성 A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A씨가 재력가를 사칭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보낸 스포츠카와 전용기 사진. A씨는 인터넷 등을 통해 사진을 무단 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4일 해외 재력가를 사칭해 여성들에게 접근, 신체 촬영 영상을 유포한 20대 남성 A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A씨가 재력가를 사칭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보낸 스포츠카와 전용기 사진. A씨는 인터넷 등을 통해 사진을 무단 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우리는 재벌과의 만남을 연결해주는 에이전시입니다. 재력가를 만나보시겠어요?’

2022년 한 여성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재력가와 친분이 생기면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득에 여성은 한 부동산 재력가와 연락이 닿았다. 자신을 ‘아시아 최고의 부동산 재벌가 아들’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여성에게 ‘한 번 만날 때마다 수억원을 주겠다’며 잠자리를 제안하기도 했다. 영상 통화 등으로 연락을 이어가던 남성은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연인의 부탁’이라며 신체를 촬영한 영상을 요구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해외 부동산 재력가를 사칭해 여성들에게 접근해 신체를 촬영한 영상을 받아낸 뒤 유포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무직인 데다 경제생활을 이어갈 능력조차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4일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4~12월까지 9개월 동안 SNS로 피해자들에게 접근, 조건 만남이나 정식 연인관계를 제의했다. 영상통화 등으로 친분을 쌓은 이후에는 피해 여성들에게 신체를 촬영한 영상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고, 이렇게 받아낸 영상은 온라인에 유포됐다. 또 피해 여성들에게 해외 업체에서 결제하도록 한 뒤 연락을 끊는 ‘먹튀’도 일삼았다. A씨가 먹튀로 부당하게 얻은 이익은 370만원 정도다.

경찰조사 결과, 재력가 행세를 하던 A씨는 무직이었고 자산도 없었다. 해외 영화나 인터넷 검색 등으로 부유층 정보를 습득한 A씨는 재력가와 만남을 주선하는 에이전시 행세를 하는 SNS 계정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속였다. 에이전시인 척 피해 여성에게 접근해 만남을 제안하고, 이후 재력가인 척 등장하는 1인 2역을 한 것이다.

A씨는 만남 횟수 당 수억원의 대가를 주는 관계를 제안한 뒤 친밀감이 쌓이면 연인 관계를 제안했다. 다만 실제로 피해 여성을 만난 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여성과 연락을 이어가던 A씨는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면 신체를 촬영한 영상을 요구했다. 피해 여성은 모두 5명으로, A씨가 접촉한 여성은 수십명에 이른다.

경찰은 A씨가 온라인에 유포한 영상을 재판매한 B씨 등 7명을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추가 체포하고, 유포 정도가 중한 B씨를 구속했다. B씨는 총 2400여개의 영상을 판매해 약 480만원의 범죄 수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더 있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