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질문도 존중…스스로 생각하게 격려를

엉뚱한 질문도 존중…스스로 생각하게 격려를

입력 2010-08-31 00:00
업데이트 2010-08-3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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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럽에서 배워야 할 교육방식

벨기에 EU 대표부 조남준 교육과학관
벨기에 EU 대표부 조남준 교육과학관
교육과학기술부 공무원으로 벨기에 EU 대표부에서 일한 지 어느덧 3년. 이곳에서 생활하며 보고 느낀 유럽의 교육제도에 대한 느낌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유럽에서 지내다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한국보다 국토도 작고 인구도 적고, 심지어 우리보다 부지런하지도 않은데 어떻게 이 나라는 선진국이 됐을까?” 한동안 풀리지 않던 질문은 2년이란 시간이 지나서야 이해되기 시작했다. 정답은 교육제도에 있었다.

EU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벨기에 교육당국도 청소년 교육의 주안점을 창의성에 두고 있다. 다소 거창한 말 같지만 쉽게 얘기하면 학교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학생 스스로 생각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얼음은 왜 차가운가요?” “어른은 왜 키가 큰가요?” 학생이 수업 중에 엉뚱한 질문을 해도 교사가 이를 질책하기보다 존중해 주는 문화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아이들에게 세상에는 나와 다른 가치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 주고, 그들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더 자유로운 생각과 상상을 격려하는 분위기 조성이 사고력 발달의 핵심인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영어·수학 등 각종 과외에 심지어 스스로 왜 교육을 받는지 고민할 틈도 없이 학원문을 드나드는 우리나라 아이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고 많은 돈을 벌어야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지금의 풍토에서, 과연 20년 뒤에는 누가 더 나은 삶을 살게 될지 문득 궁금해졌다.

누구도 일원화된 가치가 존재하는 세상이 살 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가치관만 존재한다면 극소수만 행복하고 대다수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좋은 글을 쓰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잘 연주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성공한 것이다. 반드시 베스트 셀러 작가가 돼서 큰돈을 벌고, 그림이나 연주가 시장 가치로 환산되어 비싸게 거래되어야만 성공한 것도 아니다.

벨기에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은행도 버스기사도, 식당 종업원도 모두 다 느릿느릿 움직인다. 한국적인 시각으로 보면 비효율의 극치처럼 보이지만 이곳 누구도 여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무조건 빨리 결과를 얻는 것보다는, 과정 하나하나를 중요시하는 원칙 덕분이다. 결과적으로 효율성은 좀 떨어지지만, 전체적으로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하루아침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교육 문화도 하나씩 바꿔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성적 최고주의, 졸업 후 돈벌이가 되는 학과공부만이 전부가 아닌 각자의 개성과 각자의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에서 우리의 다음 세대를 교육한다면 언젠가는 우리 사회도 좀 더 살 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벨기에 EU 대표부 조남준 교육과학관
2010-08-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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