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뿔났다’…이달부터 당뇨병·고혈압 등 ‘약값 본인부담률 차등제’

‘의사들 뿔났다’…이달부터 당뇨병·고혈압 등 ‘약값 본인부담률 차등제’

입력 2011-10-03 00:00
업데이트 2011-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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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과 고혈압 등을 ‘경증 질환’으로 분류해 ‘약국 본인부담률 차등제’ 대상으로 지정한 보건복지부 조치에 관련 의료단체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환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까지 제시하며 “복지부의 조치는 결과적으로 환자 부담을 늘리고 병을 악화시키는 졸속 행정”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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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성우(강북삼성병원 당뇨병센터장)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이 보건복지부의 당뇨병 경증질환 분류에 대한 학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성우(강북삼성병원 당뇨병센터장)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이 보건복지부의 당뇨병 경증질환 분류에 대한 학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이사장 박성우)에 따르면 학회가 최근 전문 리서치기관인 마스랩에 의뢰해 당뇨병 환자 510명을 대상으로 ‘약국 본인부담률 차등제도’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5.5%가 약값 본인부담률 차등 적용 정책이 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본인부담률 차등제도란 정부가 지정한 52개 경증 질환에 한 해 같은 약을 처방받더라도 병원 종별에 따라 약값을 다르게 물리는 방식이다. 예컨대 일반 의원에서는 1만원인 약값을 종합병원에서는 1만 3300원, 상급종합병원에서는 1만 6670원을 부담하게 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10월부터 시행된다.

문제는 환자 대부분이 이 제도와 관계없이 기존 병원을 계속 이용하겠다고 밝혔다는 점. 조사 결과 응답자의 70.4%는 ‘약값에 상관없이 기존 의료기관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37.0%가 ‘합병증 진단 및 치료’를, 30.9%는 ‘전문성 및 신뢰감’을 들었다. 환자 10명 중 8명가량이 약값보다는 효율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본인부담률 차등제도가 환자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학회 관계자는 “동네 병원의 경우 당뇨 전문의가 거의 없어 효율적인 당뇨병 관리가 어려운데도 이런 제도를 들고 나와 결국 환자 부담만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입장을 복지부에 전달했으나 ‘소수의 희생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정 그렇다면 당뇨 합병증 환자의 경우 아예 진료코드를 당뇨병에서 합병증으로 바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된다’며 노골적으로 편법 진료를 부추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뇨 합병증으로 당뇨병성 망막증을 가진 환자가 대학병원 등에서 당뇨병 코드 대신 안과의 당뇨병성 망막증 코드로 진료를 받으면 대형병원에 차등 부과되는 비싼 약값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법을 복지부 공무원이 권장한 셈이다.

박성우 학회 이사장은 “당뇨 환자들은 약만으로 치료가 어려운 데다 합병증 위험이 크고, 질병 특성상 보험 가입도 힘들어 다른 질환자에 비해 치료비 부담이 크다.”면서 “이번 정책은 환자를 배제한 채 정부 입장만 고려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조사에 응한 환자의 33%가 1가지 이상의 합병증을 갖고 있었으며, 86.8%는 합병증 유무와 상관없이 합병증 발생을 우려하고 있었다. 또 당뇨병의 긴 유병 기간과 합병증 등으로 전체 환자의 71.2%는 약값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박태선 학회 보험법제이사는 “당뇨병 환자들이 원하는 의료는 합병증 예방과 효율적인 증상 관리”라면서 “정부의 본인부담률 차등제가 특히 저소득층 환자들을 더 큰 합병증 위험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2011-10-0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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