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발생률 2.4% 불과… ‘묻지마 처방’ 지양해야
우리나라에서는 위암 수술 후 혈전(피떡) 발생률이 낮은 만큼 항응고제 투여에 신중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김형호(외과)·이근욱(종양내과)·전은주(영상의학과) 교수팀은 2010~2011년 사이에 위암 수술을 받은 3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맥혈전증’ 발생률이 2.4%(9명)에 그쳤다고 최근 밝혔다.정맥혈전증이란 인체의 정맥, 특히 다리 부위의 정맥에서 피가 응고해 혈전이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합병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정맥혈전증이 있으면 혈전이 떨어져나가 혈관을 떠돌다가 폐혈관을 막아버리는 폐색전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정맥혈전증 위험이 큰 환자에 대해 암 수술 전후에 헤파린 등 항응고제를 처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관행과 달리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국내 정맥혈전증 발생률은 선진국에서 약물 투여를 권고하는 발생률 기준치 10%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이를 근거로 의료진은 모든 암수술 환자에게 굳이 항응고제를 처방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다만, 위암 4기 환자는 수술 후 정맥혈전증 발생률이 10% 높아지는 만큼 항응고제 처방이 필요하다고 의료진은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 4월호에 실렸다.
이근욱 교수는 “위암 수술환자에 대한 정맥혈전증 발생률 분석은 이번이 국내 처음”이라며 “항응고제는 오히려 출혈 등과 같은 수술 후 합병증을 증가시켜 환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선별적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2013-05-13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