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음성 정치자금 통로 이용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에서 건네지는 축하금을 정조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출판기념회가 음성적인 정치 후원금의 통로로 활용됐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검찰이 ‘메스’를 들이댄 건 처음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정가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개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정치권에 대한 경고메시지로도 읽힌다.지난해 9월 출판기념회를 통해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3880만원을 받은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62) 의원이 첫 타깃으로 떠올랐지만 비슷한 사례가 많아 수사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8일 검찰 등에 따르면 “단순한 출판 축하금일 뿐”이라는 신 의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이 돈을 입법청탁 자금으로 의심하고 있다. 신 의원이 출판기념회 개최 넉 달 전에 ‘유아교육법 개정안’과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대가로 유치원총연합회가 축하금을 건넸다는 것이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연간 1억 5000만원(전국 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까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지만 출판기념회는 경조사로 분류돼 출판 축하금은 신고 대상 정치자금에 속하지 않는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음성적인 입법 로비 행태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입장이다. 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 등으로부터 입법 대가로 출판기념회에서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출판기념회의 순수한 후원금이나 책값의 과다 여부를 수사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유치원총연합회의 청탁과 축하금의 관련성을 보고 수사에 나섰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19대 국회 개원 이후 유난히 출판기념회가 성행했다는 점에서 수사 대상 의원은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법무법인 세창의 김현 대표변호사는 “책값으로 거액을 받았다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법정에 가서도 불법 정치 후원금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수사를 통해 앞으로는 음성적 정치자금 모금이 많이 자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4-08-19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