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 하나 없이…’ 원영이, 화장실서 겨울 3개월 지내

‘담요 하나 없이…’ 원영이, 화장실서 겨울 3개월 지내

입력 2016-07-11 19:23
업데이트 2016-07-11 22:1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매트 한장에 의지, 밥·반찬 섞은 식사조차 ‘하루 한 끼’

이미지 확대
원영이의 즐거운 한때
원영이의 즐거운 한때 신원영(7)군이 계모로부터 학대를 받다 끝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친부와 계모는 신군의 시신을 열흘간 방치하다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12일 경찰에 자백했다. 친모 A(39)씨는 ”살아만 돌아와 달라고 빌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혼 후 면접교섭권을 가진 A씨가 원영이를 만난 2014년 6월, 즐거웠던 한때가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2016.3.12
신원영군 가족 제공
7살 어린애가 트레이닝복만 입은 채 한겨울 한 평 남짓한 화장실에서 달랑 매트 한 장만 깔고 3개월을 견뎠다.

식사는 그릇 하나에 밥과 반찬을 섞은 하루 한 끼가 전부였다.

계모로부터 락스와 찬물을 들이붓는 학대를 당한 끝에 숨진 뒤 암매장당한 평택 신원영 군의 숨지기 전 석 달의 생활이 재판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자세히 알려지면서 지켜보던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11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서 열린 ‘원영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 피고인인 계모 김모(38)씨와 친부 신모(38)씨의 양형에 관한 의견을 내면서 원영이가 갇혀 있던 화장실 사진을 공개했다.

화장실은 넓이가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으로, 원영이에게 주어진 것이라고는 달랑 바닥에 까는 매트 한 장이 전부였다.

계모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숨진 지난 2월 초까지 3달에 걸쳐 트레이닝복 상의에 속옷만을 입힌 원영이를 화장실에 감금해 두고 모진 학대를 가했다.

김씨는 원영이에게 하루 두 끼만을 제공하면서 기분이 나쁠 때면 화장실 청소 솔로 마구 폭행했다.

이미지 확대
자전거 타는 원영이
자전거 타는 원영이 신원영(7)군이 계모로부터 학대를 받다 끝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친부와 계모는 신군의 시신을 열흘간 방치하다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12일 경찰에 자백했다. 친모 A(39)씨는 ”살아만 돌아와 달라고 빌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가 원영이를 만난 2014년 7월, 즐거웠던 한때가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2016.3.12
신원영군 가족 제공
학대가 극에 달한 올 1월 중순부터 원영이의 식사는 절반인 하루 한 끼로 줄어든다.

검찰이 공개한 또 다른 화장실 사진에는 조그만 밥그릇과 은색 숟가락 하나가 눈에 띄었다.

김씨는 이 밥그릇에 밥과 반찬을 뒤섞어 제공했다. 원영이는 화장실 안에서 숟가락만 가지고 하루 단 한 번 허겁지겁 밥을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이같이 굶주림과 구타에 시달리던 원영이가 견디기 힘들었을 또 다른 고통은 바로 추위였다.

화장실 창문 한쪽에는 환풍기가 달려 바깥 공기가 그대로 유입, 화장실 안과 집 밖 온도가 거의 차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
원영이의 즐거운 한때
원영이의 즐거운 한때 신원영(7)군이 계모로부터 학대를 받다 끝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친부와 계모는 신군의 시신을 열흘간 방치하다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12일 경찰에 자백했다. 친모 A(39)씨는 ”살아만 돌아와 달라고 빌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가 원영이를 만난 2014년 6월, 즐거웠던 한때가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2016.3.12
신원영군 가족 제공
김씨는 이런 상태에서 점차 기력을 잃어 가던 원영이에게 올 1월 29일 두 차례에 걸쳐 락스 원액 2ℓ를 붓고, 이틀 뒤에는 찬물을 뿌리는 학대를 가한 뒤 그대로 방치해 숨지게 했다.

원영이가 숨져가던 날 평택의 온도는 영하 8도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원영이는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려 기아에 가까웠다”며 “원영이의 키는 112.5cm, 몸무게는 15.3kg으로 각각 하위 10%, 4%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영이의 사인은 만성 영양실조는 물론 이마 열창, 쇄골과 갈비뼈 등 골절, 전신에 락스로 인한 화학적 화상, 탈수 상태에서의 저체온증 등 복합적 요인이었다”고 했다.

또 “원영이를 방치해두고 게임을 하며 술만 마신 김씨와 신씨는 사망을 용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