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 변호인 체제 유지 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분간 현 변호인단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구속 직후 ‘변호인단 교체설’이 급부상했으나 이를 실행하기엔 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분간 변론을 맡아 온 유영하 변호사가 법률대리를 이어 가되 기소 이후엔 형사전문 변호사를 새로 선임해 재판에 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유 변호사는 5일 오전 8시 50분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3시간 남짓 머무르며 박 전 대통령을 접견했다. 6일에 진행하는 검찰의 2차 구치소 방문조사에도 입회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변호사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박 전 대통령 자신은 ‘변호사 교체가 당장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이후 거의 곧바로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변호사를 영입할 경우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뜻 나서겠다는 변호사가 없는 것도 문제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파면 직후부터 중량급 변호사 섭외에 나섰지만 대형 로펌들이 사건을 맡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영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 변호사와 박 전 대통령 사이의 끈끈한 인연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 변호사는 2005년 8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에 의해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기용됐고,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다. 오랫동안 의지해 온 인물을 중용하는 박 전 대통령의 성향이 변호사 선임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김광삼 변호사(법무법인 더쌤)는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기소 이후에 변호사를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뇌물죄 부분에서 법리를 다퉈야 하기 때문에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7-04-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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