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원어민 강사에 에이즈 검사 강요는 위법… 국가 배상”

법원 “원어민 강사에 에이즈 검사 강요는 위법… 국가 배상”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9-11-06 17:56
업데이트 2019-11-07 00:3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2016년 인권위도 검사 관행 중단 권고

외국인 영어 강사에게 의무적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검사를 받도록 한 과거 정부의 조치는 법률에 어긋나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5단독 김국식 판사는 뉴질랜드 국적의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3000만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08년 회화지도(E2) 비자를 발급받아 국내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영어강사로 일하다 이듬해 재계약 논의 과정에서 에이즈 검사를 요구받자 거절했다는 이유로 재고용을 거부당했다.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에 진정을 냈고, 인종차별철폐위는 2015년 5월 인권 침해가 맞다며 한국 정부에 정신적·물질적 피해 보상을 촉구했다. 인권위도 2016년 정부에 원어민 강사 에이즈 의무검사 관행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정부는 2017년부터 E2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강사들이 에이즈 검사를 받지 않아도 국내 학교·학원에 취업할 수 있도록 했다.

김 판사는 에이즈예방법의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에이즈에 관한 검진 결과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는 규정을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면서 “A씨에게 검진 결과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은 그 자체로 에이즈예방법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재판 과정에서 “어린 학생들의 안전권을 확보할 공익적 필요성에 따라 원어민 교사에게 엄격한 신체검사를 요구한 것이 기본권을 침해했거나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김 판사는 “정책 목적은 일견 정당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검사 요구 자체가 위법한 행위”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19-11-07 1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