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케냐 공동연구팀 ‘주키스’ 발표
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에 분포치유 능력 있어 몸속에 바이러스 보유
전문가 “신종 감염병 숙주 될 가능성”
인간이 박쥐와 접촉 안 하면 감염 없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로 알려진 관박쥐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사는 가장 흔한 종류의 박쥐다. 한국에서는 한국큰관박쥐, 제주관박쥐 2가지 아종이 살고 있으며 강원, 경북, 충남, 전북, 서울 근교의 동굴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연구팀은 새로운 4개 종(種)의 잎코박쥐를 발견했다. 잎코박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숙주로 알려진 관박쥐와 매우 가까운 친척뻘 종으로 분류된다.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 제공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 제공
2000년대 초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을 때도 숙주로 지목받은 박쥐는 신종 감염병이 나타날 때마다 바이러스 전파 1번 용의자로 의심받고 있다. 박쥐는 남극과 북극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지역에 1000여종이 서식하고 있는 비행 포유류다. 전체 종 중 약 25%가 최근 15년 동안 확인된 것들이며 계속 새로운 종이 발견되고 있을 정도로 종 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견된 새로운 종의 잎코박쥐.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 제공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 제공
이런 가운데 미국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 케냐 마사이마라대, 케냐 국립박물관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의 숙주로 알려진 관박쥐의 가까운 친척뻘인 잎코박쥐에 속하는 4개 종을 새로 발견하고 동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주키스’(ZooKeys) 22일자 코로나19 특별판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이 포집한 박쥐가 어떤 바이러스를 가졌는지 현장조사를 하는 모습.
에코헬스 얼라이언스 제공
에코헬스 얼라이언스 제공
연구팀은 박쥐가 질병을 퍼트리기 쉬운 것은 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비행 포유류인 박쥐는 체내 대사작용이 활발하고 독특한 면역체계 때문에 DNA가 손상되더라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어서 치명적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고 몸속에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몸속에 있는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더라도 박쥐는 스스로 항체를 만들어 대응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테리 데모스 필드자연사박물관 박사는 “중국에는 25~30종의 관박쥐가 존재하는데 정확히 어떤 종의 관박쥐가 코로나19의 숙주 역할을 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에 발견된 잎코박쥐들도 아직까지는 인간에게 특정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았지만 관박쥐처럼 신종 감염병의 숙주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저장고’라는 오명을 가진 박쥐들이지만 코로나19나 사스 바이러스처럼 인간에게 치명적인 것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패터슨 필드자연사박물관 박사(진화생물학)도 “박쥐가 다양한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인간이 박쥐의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박쥐 고기를 먹는 등 박쥐와 접촉하지 않는 한 사람을 감염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터슨 박사는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포 때문에 일부에서 박쥐를 없애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박쥐를 멸종시킬 수 없을뿐더러 그런 시도 자체가 인간에게 예상치 못한 엄청난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0-04-23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