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차 야구부’ 한일장신대 “열정만은 최고”

‘봉고차 야구부’ 한일장신대 “열정만은 최고”

입력 2010-07-31 00:00
업데이트 2010-07-3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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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빌리버블(Unbelievable)’중견수를 보는 3번타자 김태욱(4학년)이 홈인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와 손바닥을 맞부딪치며 내뱉은 말이다. 막강 고려대를 상대로 두 번째 득점,2-0으로 점수차를 벌린 직후였다.다른 팀 같으면 ‘동료 나인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라고 쓸 수 있을텐데 전북 완주에 있는 한일장신대 야구부에겐 쓸 수가 없다. 선수가 9명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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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창단한 이 대학 야구부는 그 해 199연패를 기록하던 서울대에게 첫 무승부를 헌납할 정도로 약체였다. 그 뒤 동호인 야구이던 서울대를 꺾기도 했지만 공식 기록에는 ‘승’으로 올라가지 않아 이듬해 25전 전패 끝에 첫 승을 기록했고 전국대회 첫 승은 2007년에야 신고할 정도였다.

9명 뿐이니 교체 선수도 없고 수비와 공격,주루 코치도 모두 지난해 11월 지휘봉을 잡은 백운섭(49) 감독 차지다. 심지어 백 감독은 선수들을 경기장,훈련장으로 실어나르는 승합차 핸들까지 잡는다. 수비 때는 더그아웃이 텅 비어 공이나 장비 챙기는 자퇴생과 감독 둘만 지킨다. 공격 때는 이전 이닝에 마지막 방망이를 휘두른 선수가 1루 코치 석에,감독이 3루 코치 석에 선다. 누상에 나갔던 선수들이 더그아웃까지 들어와 글러브를 챙겨 나가야 하니 공수 교대도 늦다.

그런 한일장신대가 25일 고려대와의 제44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준준결승에서 ‘대어’를 잡을 뻔했다. 1회초 고려대 타자의 타격에 투수이자 4번 타자 최병욱이 발목을 다치자 고려대 스태프가 튀어나와 파스를 뿌려줄 정도로 없는 게 너무 많은 팀인데 고려대를 제압할 뻔했다. 만약 이겼더라면 기사가 엄청 커졌을 것이다.

백운섭 감독이 부임하기 전 선수는 13명이었다. 선수들과 학부모 일부는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겠다는 뜻을 굳힌 상황이었다. 그러자 팀 유지를 원했던 부모들이 백 감독을 설득해 영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하나둘 떠나 9명이 됐다. “최악을 생각했다.”던 백 감독은 “그보다 훨씬 최악인 상태에서 팀을 맡아” 팀을 챙기기 시작했다. 자체 청백전도 치를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수도권에서 훈련해야 강팀과 상대해 전력을 키울 수 있다며 봉고차를 구입,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마음을 못 잡아 동계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선수들의 결기는 시나브로 살아나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대통령기 대회에서 힘을 받기 시작했다. 강호 동아대에 5-3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는 등 3연승,전국대회 8강에 처음 오르는 기쁨을 만끽했다.

그 기세를 몰아 고려대와의 준준결승에서도 5회까지 6-0으로 리드하다 뒷심 부족과 석연치 않은 판정 탓에 6-7 역전패 당했다. 경기를 보러온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이 ‘”막강 고려대가 이겨보겠다고 치사한 짓을 다한다.”고 비아냥댈 만큼 초반에는 완벽한 한일장신대 페이스였다.

30일 오후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보도프로그램 ‘TV쏙 서울신문’에서 대학의 지원도,이렇다할 동문들의 뒷받침도 없이 맨손으로 전국대회 8강의 신화를 일군 한일장신대 야구부를 만날 수 있다.

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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