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올해 첫 1군 출전 롯데 이재곤… 퀄리티스타트만 7번

[프로야구] 올해 첫 1군 출전 롯데 이재곤… 퀄리티스타트만 7번

입력 2010-08-10 00:00
업데이트 2010-08-1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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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손에서 헛돌던 공의 느낌이 선명하다. 실수는 단 한번이었다. 비가 오락가락했다. 비 때문에 경기가 2번 중단됐다. 쉬다 나오다를 반복하는 불규칙한 투구 리듬이었다. 컨디션을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잘 던졌다. 4회까지 한 점도 안 줬다. 맞대결 상대는 프로야구 최고 투수 한화 류현진. “한번 붙어 보지 뭐.” 덤덤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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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곤 스포츠서울
이재곤
스포츠서울
문제는 5회였다. 1사 2루 상황. 타자는 번트를 댔다. 타구가 힘없이 투수앞으로 굴렀다. 여유 있게 아웃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잡은 공이 손에서 헛돌았다. 다시 쥐고 1루로 던지려 했지만 못 던졌다. 타이밍이 늦었다. 다음 타자는 2루 땅볼로 아웃. 그러나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1-0. 안 줘도 될 점수였다. 결국 이 1점으로 승부가 결정났다. 지난달 21일 롯데 늦깎이 신인 이재곤의 대전 한화전 모습이었다.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 7과3분의2이닝을 6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퀄리티스타트를 넘어 승을 따내기에 충분한 성적이었다. “지금도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그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고 했다. 분해서다. 이재곤은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었다. 생각을 안 하려 해도 계속 떠오른다.”고 했다.

묘한 인연이다. 이재곤은 올 시즌 류현진과 두번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 8일에도 또 만날 뻔했다. 장원준의 복귀 때문에 3번째 맞대결은 무산됐다. 두 번 만나 두 번 다 잘 던졌다. 6월22일 맞대결에선 8이닝 동안 2실점만 했다. 류현진도 8이닝 2실점했다. 리그 최고 투수와 무승부다. 어떤 투수도 올 시즌 류현진과 이렇게 팽팽하게 맞서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재곤은 올해 처음 1군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투수가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타났을까. 이재곤은 2007년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했다. 2군 무대에 딱 2번 등판한 뒤 사라졌다. 팔꿈치가 아팠다. “구속을 올리려고 폼을 바꾼 게 독이 됐다.”고 설명했다. 재활 때문에 시간을 보내기 싫어 군복무를 선택했다. 경찰청 가서 많이 배웠다. 6개월 쉬면서 팔꿈치 통증도 사라졌다. 이후 꾸준히 등판하며 실전 감각을 키웠다. 이재곤은 “군대 간 게 행운이었다. 아픈 것도 낫고 실력도 많이 늘었다.”고 했다.

야구를 처음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여느 선수들보다 시작이 늦다. 야구부 감독이 운동장에서 축구하던 이재곤을 눈여겨봤다. 어느 날 불러 공을 던져 보라고 했다. 사이드암 투구폼. 감독은 “왜 옆으로 공을 던지느냐.”고 물었다. 이재곤은 야구를 몰랐다. “그럼 위로 던져도 되는 건가요?” 그날 이후 이재곤의 투구폼은 그대로 사이드암이 됐다.

올 시즌 이재곤의 성적은 4승3패 방어율 4.26이다. 그러나 소리 없이 강하다. 12번 선발에 7번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에선 데뷔 첫 완투승도 거뒀다. 1실점만 했다.

이제 이재곤은 롯데 마운드의 희망이다. “제 이름 불러 주고 손뼉쳐 주고…. 그것만으로도 너무 신기하고 좋아요.” 실력과 달리 이재곤은 아직 순박한 신인이다. 커 나갈 날이 길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0-08-1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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