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잔혹한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

히말라야의 잔혹한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

입력 2011-10-30 00:00
업데이트 2011-10-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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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 원정대가 실종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는 산스크리트어로 ‘풍요의 여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해발고도 8,091m로 세계에서 열 번째로 높은 봉우리이며 서쪽으로 칼라간다키 강과 동쪽으로 마르산디 계곡까지 수많은 연봉을 거느리는 안나푸르나 산군의 최고봉이다.

히말라야 8,000m급 14좌 가운데 인류가 처음으로 등정한 봉우리이기 때문에 예전에는 ‘프리미어 8천(Premier 8000)’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1949년 네팔 왕국이 오랜 쇄국을 마치고 문호를 개방하면서 세계 각국의 산악인들이 히말라야로 몰려들었다.

그때 가장 먼저 주목은 받은 곳이 안나푸르나였다.

모리스 에르조그가 이끈 프랑스 원정대가 다울라기리를 목표로 삼고 지형을 살피려고 안나푸르나에 진입했다가 바로 목표를 바꿔 1950년 6월 3일 정상에 섰다.

한국 산악인들은 1983년부터 안나푸르나 등반을 시도해 1984년에는 김영자 씨가 여성 최초, 동계 최초로 등정을 선언했다.

그러나 나중에 정상이 아니라는 이견이 제기되면서 공식 기록으로는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한국에서 최초로 안나푸르나를 등정한 산악인은 1994년 험난한 남벽을 통해 등반을 시작한 경남산악연맹의 박정헌 대원이었다.

안나푸르나는 산세가 험난한 데다 하루에도 수 차례씩 돌변하는 기상과 수시로 발생하는 눈사태 때문에 가장 오르기 어려운 봉우리로도 꼽힌다.

험준한 산악을 등반하는 이유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데 있기에 안나푸르나는 많은 산악인의 도전 본능을 자극했다.

그런 까닭에 전 세계 많은 산악인이 이곳에서 사고로 크게 다치거나 세상을 떠났다.

에르조그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정상에 섰을 때도 대가는 혹독했다.

그는 흰 눈에 반사된 햇살에 시력 대부분을 잃었고 당시 생긴 동상으로 손가락과 발가락을 잘라내야 했다.

에르조그와 함께 정상을 밟았던 루이 라슈날은 발에 심한 동상이 생겨 하반신을 잃었다.

한참 뒤인 1973년에는 우시고에 다다시 등 4명의 일본인과 셰르파 1명이 눈사태에 휩싸여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비교적 최근인 1991년에는 한국 탐험대 2명과 셰르파 6명이 7,500m지점에서 무너진 눈에 쓸려 1,000m가량을 떨어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당시 사고에서는 셰르파 2명만이 살아남았다.

히말라야 등정 기록을 통계로 분석한 ‘숫자로 보는 히말라야’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06년까지 안나푸르나의 베이스캠프(5,200m)보다 높이 올랐던 1천437명 중에서 탐험대 43명과 셰르파 15명 등 총 58명이 숨졌다.

이는 히말라야 8,000m 이상 14개 봉우리 중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이다.

정상 등극 성공률도 상대적으로 낮아서 1950년부터 2006년까지 1천37명이 안나푸르나 정복에 나섰지만 121명만이 안나푸르나의 꼭대기에 설 수 있었다.

겨우 11% 정도밖에 미치지 않는 이 수치 역시 로체(8,516m)봉에 이어 두 번째다.

각종 산악 관련 매체에서도 가장 위험한 산으로 항상 안나푸르나를 첫째로 꼽는다.

안나푸르나는 한국 산악계와도 악연이 깊은 곳이다.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엄홍길 대장도 노멀루트인 북면을 통해 등반했으나 네 차례의 실패를 겪고 동료를 잃고서야 1999년 겨우 정상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1989년 영남대 원정대, 1991년 인천산악연맹 원정대, 1999년 한국의 여성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자인 지현옥 씨, 2009년 충북 직지원정대 등이 사고를 당했고 10여 명이 숨졌다.

산악인들이 안나푸르나를 가장 많이 오르는 통상적인 길은 1950년 프랑스 원정대가 처음으로 오른 북면에 있다.

박영석 대장은 정상으로 가는 가장 험난한 측면인 남벽, 그곳에서도 낙석과 눈사태 때문에 너무나 어려워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안나푸르나 남벽은 에베레스트 남서벽, 로체 남벽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오르기 어려운 벽 가운데 하나로 불리고 있다.

박 대장은 작년에도 안나푸르나 남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원정대를 조직했으나 기상악화 때문에 후퇴하고 말았다.

히말라얀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박 대장의 안나푸르나 남벽 도전은 전 세계를 통틀어 50번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은 13차례에 불과했고 9명이 남벽 등반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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