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자리 4등..사연도 제각각

고독한 자리 4등..사연도 제각각

입력 2012-08-03 00:00
업데이트 2012-08-0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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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신아람·수영 기타지마 등 아쉬운 ‘빈손’

올림픽에서 4등은 가장 고독한 자리다.

금메달을 눈앞에 뒀다가 놓친 은메달리스트가 메달권 진입에 성공한 동메달을 딴 선수보다 만족도가 더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4등보다는 나을 터다.

또 차라리 메달권과 거리가 멀어 중하위권에 처진 선수들이야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고 나왔다지만 분명히 금메달을 목표로 출전했다가 빈손으로 돌아서야 하는 4등의 마음은 아마 선수 본인만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유난히 4등 가운데 우여곡절을 겪거나 사연이 많은 선수들이 눈에 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4위에 오른 신아람(26·계룡시청)이다.

신아람은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의 준결승에서 연장 종료 1초를 남기고 역전을 허용해 분루를 삼켰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하이데만이 무려 네 차례나 신아람을 공격하는데도 경기장 시계는 1초에 멈춰 있어 논란이 일었다.

신아람은 경기가 끝나고 1시간이 넘도록 피스트를 떠나지 않으며 판정 결과에 항의했고 국제펜싱연맹에서는 신아람에게 특별상을 주겠다고 제의할 만큼 그녀의 억울함은 전 세계인의 공감을 샀다.

남자 기계체조 단체전의 우크라이나 대표팀도 사연 있는 4위다.

경기가 끝났을 때 우크라이나는 271.526점으로 동메달을 딴 줄 알았으나 271.252점으로 4위였던 일본이 우치무라 고헤이의 안마 점수에 이의를 제기하는 바람에 순위가 뒤집혔다.

우치무라의 안마 점수는 원래 13.466점이 나왔으나 이의 제기 이후 14.166점으로 정정됐고 일본의 점수도 271.952점으로 높아져 일본이 은메달, 2위였던 영국이 동메달을 가져갔다.

3위였던 우크라이나는 졸지에 빈손이 됐다.

일본의 수영 영웅 기타지마 고스케는 1일(현지시간) 남자 평영 200m 결승에서 2분8초35의 기록으로 4위에 머물렀다.

대표팀 후배 다테시 료(일본)가 2분8초29를 찍어 3위를 차지해 기타지마의 메달 꿈을 불과 0.06초 차이로 저지했다.

남자 수영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려는 목표가 좌절된 기타지마에게 4위는 가혹한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개최국인 영국의 다이빙 국가대표 톰 데일리도 4위 성적표를 받고 고개를 숙였다.

올해 18살인 데일리는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 다이빙 남자 플랫폼 10m에서 우승하는 등 이번 대회 금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개최국 영국이 대회 초반 노골드에 허덕이던 지난달 30일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에서 메달을 향해 뛰어내렸으나 4위에 머물렀다.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수영장 한쪽에서 한 손을 머리에 올린 채 아쉬워하는 데일리의 사진이 다음 날 신문에 실리자 많은 영국 팬들이 가슴 아파했다.

미국 유도 선수 트래비스 스티븐스는 남자 81㎏급에서 5위에 머물렀다. 유도는 동메달을 2명에게 주기 때문에 5위가 다른 종목의 4위와 같은 자리다.

미국 신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경기가 끝난 뒤 스티븐스는 마치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 같아 보였다”고 했을 만큼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올레 비쇼프(독일)와의 준결승 경기 도중 왼쪽 눈 위가 찢어져 붕대로 지혈해야 했고 손가락과 손목 등에도 테이핑 없이는 경기에 나서지 못할 지경이었다.

특히 비쇼프와의 준결승에서 득점 없이 비긴 뒤 판정으로 패한 스티븐스의 코치 지미 페드로는 “우리가 90% 이긴 경기다. 나중에 독일 코치가 우리에게 와서 사과했을 정도”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앤트완 발로와 포르티에(캐나다)에 패해 결국 노메달로 대회를 마친 스티븐스는 “작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처럼 슬프다”며 메달을 따내지 못한 속상한 마음을 설명했다.

또 새라 젤렌카-새라 헨더샷(미국)은 조정 여자 페어에 출전해 7분30초39를 기록해 3위 뉴질랜드 조에 불과 0.2초 차로 뒤져 메달을 놓쳤다. 조정에서 0.2초는 매우 근소한 차이.

젤렌카는 경기가 끝난 뒤 “4등만큼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며 발길을 돌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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