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안네 프랑크”

“우리 모두가 안네 프랑크”

임병선 기자
입력 2017-10-26 23:00
업데이트 2017-10-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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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축구, 반유대주의에 공분

일부 팬 ‘프랑크 합성 사진’ 발단
유대인 비하… 대통령 유감 표명
협회, 전 경기 프랑크 추모 묵념
이탈리아 프로축구 라치오의 마르코 파롤로가 25일(현지시간) 레나토 달아라 스타디움을 찾아 볼로냐와 세리에A 경기를 갖기 전 홀로코스트의 대표적인 희생자 중 한 명인 유대 소녀 안네 프랑크의 사진과 ‘모든 반유대주의 안 돼’란 문구가 새겨진 셔츠를 걸친 채 달리기로 몸을 풀고 있다. 볼로냐 AP 연합뉴스
이탈리아 프로축구 라치오의 마르코 파롤로가 25일(현지시간) 레나토 달아라 스타디움을 찾아 볼로냐와 세리에A 경기를 갖기 전 홀로코스트의 대표적인 희생자 중 한 명인 유대 소녀 안네 프랑크의 사진과 ‘모든 반유대주의 안 돼’란 문구가 새겨진 셔츠를 걸친 채 달리기로 몸을 풀고 있다.
볼로냐 AP 연합뉴스
“우리 모두가 안네 프랑크다.”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프로축구 라치오와 볼로냐의 세리에A 10라운드를 보려고 레나토 달아라 스타디움에 입장한 팬들은 이렇게 적힌 전단지를 받았다. 전단지에는 홀로코스트에 희생된 유대 소녀 프랑크가 홈 팀 셔츠를 걸친 합성사진이 담겨 있었다. 라치오 선수들도 프랑크의 사진 아래 ‘반유대주의 안 돼’라고 쓰인 셔츠를 입은 채 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었다.

이탈리아축구협회는 이번 주 프로와 아마추어, 유스까지 모든 경기의 킥오프 전에 1분 동안 프랑크를 추모하는 묵념을 올린다. 또 프랑크가 숨어 지내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다락방에 남겨 1947년 발간된 ‘안네의 일기’ 중 ‘난 세계가 조금씩 황폐하게 바뀌는 것을 보고 있어요’로 시작하는 구절을 낭독하도록 했다.

왜 갑작스럽게 이탈리아 축구계가 72년 전인 1945년 나치 수용소에서 16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유대 소녀를 추모한다고 나섰을까.

지난 22일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칼리아리와의 세리에A 9라운드 도중 라치오 서포터들이 홈 구장을 공용하고 있는 ‘(AS) 로마 팬들은 유대인들’이라는 구호와 프랑크가 로마 셔츠를 걸치고 있는 합성사진 스티커를 나란히 붙인 게 발단이었다. 원래 라치오 서포터는 인종차별 구호와 폭력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로마의 유대 공동체 대표인 루스 두레겔로가 트위터에 스티커 사진을 올리고 ‘축구가 아니다. 스포츠가 아니다. 반유대주의는 경기장을 떠나라’고 적으면서 알려졌다. 비르지니아 라기 로마 시장이 리트윗하며 큰 파문으로 번졌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까지 나서 “놀라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루카 로티 체육부 장관은 “책임 있는 이를 처벌할 것”이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무조건 비난받을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클라우디오 로티토 라치오 구단 회장은 로마의 시나고그(유대인 회당)를 찾아 홀로코스트 추모비에 헌화하는 등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구단은 매년 200명의 서포터를 초청해 100만명 이상의 유대인이 희생된 아우슈비츠 박물관을 찾아 역사공부를 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도 있기 마련이다. 이날 스팔과의 경기를 응원하던 유벤투스 서포터들이 묵념을 올리는 시간에 시위를 벌였고 일기를 낭독하는 순간 그라운드에 등을 돌린 채 이탈리아 국가를 불렀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7-10-2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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