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응원문화 변했다…외국팀에 ‘관대’

월드컵 응원문화 변했다…외국팀에 ‘관대’

입력 2010-06-22 00:00
업데이트 2010-06-22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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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선수 유니폼 착용 시민 많고 일본팀도 칭찬

국가대항전인 월드컵 축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이 변했다.

 과거에는 축구경기를 국가의 명예와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로 생각하고 온 국민이 한국의 승리에 집착했다면 이번 월드컵에서는 상대팀이라도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기꺼이 박수를 보내는 등 응원문화가 한층 성숙해진 것이다.

 아르헨티나전이 열린 17일 FC바르셀로나의 팬인 김영민(32)씨는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거리응원에 나섰다.영민씨의 친구 이진욱(32)씨 역시 아르헨티나 선수인 카를로스 테베즈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날 한국이 4대1로 완패했지만,김씨와 이씨에게 시비를 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모습은 길거리 군중에게 ‘이적행위’로 단죄될 것이 뻔했다.

 ‘적군’의 유니폼을 입었음에도 욕지거리나 삿대질,혹은 물통 세례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의 응원문화가 외국팀에게 엄청나게 관대해진 것이다.

 김씨는 22일 “꼭 빨간 옷을 입고 우리나라를 응원해야 하나.그리고 우리나라의 승리를 바라지만 내가 좋아하는 팀의 선수도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욱씨는 “애국심은 애국심이고 축구는 축구다”라며 “한국팀의 선전도 기원하지만,클럽팀에서는 도저히 구성할 수 없는 멤버가 팀을 이뤄 뛰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할 정도다.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적중의 적’ 일본을 칭찬하는 축구팬도 많다.

 19일 일본이 우승후보 네덜란드의 공세를 잘 막아내다 1대0으로 패하자 관련 기사에 일본을 높이 평가하는 댓글 수백 건이 달렸다.

 누리꾼 ‘ri○○’는 ‘어제 경기는 일본 선수들이 참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라고 했고 ‘나○○’은 ‘후회 없는 경기를 한 일본 선수들에게 파이팅을’이라며 일본 선수들을 격려했다.

 일본이 선전해도 ‘그래 봐야 별수 없다’ ‘얼마나 갈지 두고 보자’는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스포츠에까지 반일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시민들의 의식이 한층 대담해지고 관대해진 것이다.

 국가간 경계를 떠나 경기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된 데에는 케이블 TV나 위성TV 등 해외 축구 경기를 방송하는 매체의 보급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기술뿐만 아니라 체력,스피드 등 종합적인 면에서 국내 축구리그보다 앞선 해외 축구리그를 통해 경기를 보는 눈이 높아지면서 월드컵에서도 자연스럽게 평소 응원하던 클럽팀의 스타플레이어가 속한 국가를 응원하게 된 것이다.

 또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등 해외생활을 경험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국민이라는 의식 대신 개인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월드컵 응원의 양상이 변화한 원인이다.

 22일 영남대 체육학부 김동규 교수는 “한국 사회 자체가 개방성·개체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했다”며 “월드컵 응원도 그런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독일인들은 국가보다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경향이 강했다.우리나라의 응원문화도 국가를 응원하는 동시에 국적을 떠나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도 함께 응원하는 쪽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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