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 고민되네

許… 고민되네

입력 2010-06-25 00:00
업데이트 2010-06-25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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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풀백 차두리? 오범석? , 박주영 짝꿍 염기훈? 이동국?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의 목표를 이룬 허정무 감독(55). 기뻐할 틈도 없이 또 깊은 고민이 시작됐다. 26일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은 단판 승부다. 지면 그대로 탈락이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목표로 가겠다.”는 유쾌한 약속을 지키려면 허 감독은 반드시 이 숙제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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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선발 엔트리에 변화가 있던 것은 딱 한 자리였다. 포백라인의 오른쪽 풀백. 그리스전에선 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아르헨티나전에선 오범석(울산)이 나섰다. 나이지리아전에선 다시 차두리였다.

둘은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 차두리는 체격이 좋고 스피드가 뛰어나다. 오범석은 테크닉이 좋고 정교하다. 허 감독은 힘과 체격 조건이 좋은 유럽·아프리카팀을 상대할 때는 차두리를, 민첩하고 개인기가 뛰어난 남미팀을 상대로는 오범석을 기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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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낸다  한국대표팀이 24일 루스텐버그의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에서 페널티킥 연습을 하고 있다. 이정수(오른쪽부터), 기성용, 이영표, 김정우, 차두리, 조용형, 염기훈 등이 차례를 기다리면서 박주영의 킥을 지켜보고 있다. 루스텐버그 연합뉴스
또 일낸다
한국대표팀이 24일 루스텐버그의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에서 페널티킥 연습을 하고 있다. 이정수(오른쪽부터), 기성용, 이영표, 김정우, 차두리, 조용형, 염기훈 등이 차례를 기다리면서 박주영의 킥을 지켜보고 있다.
루스텐버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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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뺏는다 한국 월드컵대표팀의 16강 상대인 우루과이 대표팀의 공격수 세바스티안 아브레우(가운데) 등이 24일 킴벌리 GWK 스타디움에서 공뺏기 훈련을 하고 있다. 킴벌리 연합뉴스
8강 뺏는다
한국 월드컵대표팀의 16강 상대인 우루과이 대표팀의 공격수 세바스티안 아브레우(가운데) 등이 24일 킴벌리 GWK 스타디움에서 공뺏기 훈련을 하고 있다.
킴벌리 연합뉴스


기존 패턴대로라면 우루과이전엔 오범석이 나설 차례다. 그러나 오범석은 아르헨티나전에서 상대를 효과적으로 마크하지 못했다. 실수도 잦아 팬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그렇다고 차두리가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그리스전에서 지치지 않는 체력과 저돌적인 돌파로 합격점을 받은 반면 나이지리아전에서 결정적인 실수로 선제골을 내줬다.

허 감독은 24일 회복훈련 뒤 “둘 다 아쉬움이 있다. 지금까지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했는데….”라면서 고민을 드러냈다. 왼쪽 풀백인 베테랑 이영표(알 힐랄)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방법도 있다. 왼쪽엔 김동진(울산)을 배치하는 것. 실제로 허 감독은 그리스전을 앞두고 이 조합을 시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동진은 나이지리아전에서 교체로 1분 정도 뛴 게 전부라 선뜻 ‘좌 동진-우 영표’ 카드를 꺼내기도 어렵다.

게다가 우루과이는 주 공격라인이 오른쪽이다. 멕시코와의 3차전을 보면 오른쪽 공격비중이 무려 46.9%에 이른다. 풀백 막시밀리아노 페레이라(벤피카)와 날개 에딘손 카비나(팔레르모)가 겹쳐지는 오른쪽 중원지역의 공 점유율(22%)이 가장 높다. 현재 이영표-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지키는 왼쪽라인과 충돌한다는 뜻. 오히려 더 큰 구멍을 만들 우려까지 있다.

고민은 또 있다. 박주영의 허 감독이 월드컵 시작 전부터 고민하던 박주영(AS모나코)의 짝꿍 자리다. 허 감독은 일단 4-4-2시스템을 유지할 생각이다. 아르헨티나전에서 박주영을 원톱으로 세웠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키는 축구’로는 미래가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투톱으로 꾸렸던 나이지리아전에선 이동국(전북) 카드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염기훈(수원)이 세 경기 연속 박주영의 파트너로 낙점됐다. 허 감독이 “이동국은 나이지리아전을 위해 데려온 선수”라고 했었기에 다소 의외였다. 아르헨티나전이 끝난 뒤 염기훈의 플레이에 불만족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허 감독은 나이지리아보다 16강 진출이 유력한 상황에서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동국은 나이지리아전에서도 몸을 풀었다. 0-1로 끌려가던 전반 30분, 선제골을 먹자 허 감독이 박태하 코치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8분 뒤 이정수(가시마)의 동점골이, 후반 4분에는 박주영의 역전골까지 터졌다. 결국 몸만 달구다 끝났다.

조별리그에서 염기훈은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팀의 활력소가 됐다. 그러나 세밀한 패스워크나 연계 플레이에 약점을 보였다. 골 결정력도 부족했다. 이미 ‘너무’ 많이 뛰었다. 상대에게 간파당했다. 우루과이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은 “한국은 굳어진 공격패턴 몇 가지를 갖고 있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 경우 이동국은 ‘깜짝 카드’가 된다. 우루과이전에서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이동국을 선뜻 내밀기도 부담스럽다. 이동국은 지난달 에콰도르 평가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해 실전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아르헨티나전에서 9분간 감을 익힌 것이 전부. 컨디션은 100%이지만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얼마만큼의 활약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동국의 결정적인 한 방은 여전히 기대를 걸 만하다. 정통 타깃형 스트라이커 이동국이 수비수를 끌고 다닌다면, 박주영의 플레이가 좀 더 날카로워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허 감독의 고민은 킥오프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계속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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