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규제’ 검토에 강남 재건축 1천만원 하락

정부 ‘부동산 규제’ 검토에 강남 재건축 1천만원 하락

입력 2017-06-11 10:52
업데이트 2017-06-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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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 주공·둔촌 주공 등 호가 내려…강북·신도시도 관망세 전환

“정부 대책이 나온다고 하니 매수세가 완전히 끊겼어요. 매물이 없어 못 팔던 지난달하고 분위기가 딴판입니다. 주말부터 500만∼1천만원 호가가 하락한 매물이 나오는데 매수 대기자들이 달려들질 않네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한 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정부가 과열 조짐을 보이는 서울 등지의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 위해 이번주 부동산 투기단속을 시작하는데 이어 조만간 대출 규제 등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예고되면서 강남 아파트 시장이 움찔하고 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일부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급감하면서 이달 초부터 상승세를 멈춘데 이어 지난 주말에는 일부 호가도 하락했다.

새 아파트 청약시장은 대책 발표를 앞두고 단지별로 인기지역에만 청약이 몰리는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 “대책 나온다”…개포 주공·둔촌 주공 호가 1천만원 하락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건축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는 이달 들어 거래가 멈추면서 지난 주말 호가가 1천만원가량 떨어졌다.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매수 예정자들이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선 까닭이다.

이 아파트 36㎡는 이달 들어 10억1천만원까지 올랐으나 현재 1천만원 내린 10억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42㎡도 이달 초 11억8천만원까지 상승했으나 현재 11억7천만원으로 내려앉았지만 매수자가 없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대표는 “정부가 대출 규제 등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니까 매수 문의가 끊기고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집을 보러오기로 했던 사람들도 방문 예약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특히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 이후 단지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도 큰 주택형을 중심으로 500만∼1천만원 하락했다. 최고 11억1천만원까지 거래됐던 둔촌 주공 4단지 112㎡의 경우 지난주 11억원으로 1천만원 낮춘 매물이 나왔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둔촌동 SK선경공인 박노장 대표는 “관리처분인가가 난 상황이라 작은 주택형은 여전히 사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중대형은 매수자들이 관망하면서 가격도 하향 조정됐다”며 “정부 투기 단속과 대책 발표 등을 앞두고 뜨겁게 달아오르던 열기가 좀 식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이달 21일 재건축 도시계획심의 인가 호재를 앞두고 있어 가격이 내려가진 않았지만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잠실공인 박준 대표는 “잠실 주공5단지 전체적으로 지난달 36건이 거래됐는데 이달 들어서는 6건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대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하니 일단 매수세가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북지역도 관망하는 분위기다. 마포구 공덕동 H공인 대표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전화 문의도 많고 거래가 잘 됐는데 최근엔 매수세가 주춤하다”며 “다들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 우성공인 이맹주 대표도 “최근까지 거래가 많았는데 부동산 규제가 계속 언급되다 보니 이제 매수 예정자들도 막차 타는 게 아닐까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영향으로 강세를 보이던 분당·일산 등 일부 신도시 아파트 시장도 주춤한 상황이다.

일산 동구 식사동의 I공인 대표는 “대출 규제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매수 문의전화가 거의 없다”며 “GTX 호재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최근 일주일새 거래가 올스톱 됐다”고 말했다.

◇ 청약시장도 양극화 심화…전문가 ‘핀셋 규제해야’

새 아파트 청약시장은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인기 지역의 대단지 아파트는 꾸준히 1순위 마감을 이어가고 있지만 경쟁률은 종전보다 둔화된 모습이고 비인기 단지는 1순위 마감도 버겁다.

GS건설이 지난 8일 분양한 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고잔신도시 90블록) ‘그랑시티자이 2차’ 1천5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9천914명이 지원해 평균 9.43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광주광역시 북구 본촌동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본촌’ 166가구는 지난 8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41.5대 1, 최고 62.5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대림산업이 최근 분양한 의정부시 추동공원 e편한세상은 1순위에서 미달돼 2순위에서 모집 가구수를 채웠고, 포항시 북구 두호동 두호 SK뷰 푸르지오 2단지는 2순위에서도 청약이 미달됐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중도금 대출 규제 등으로 청약열기도 한 풀 꺾이는 모습인데 만약 아파트 중도금 대출에 DTI·LTV까지 적용된다면 청약시장이 급격히 냉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강남권 등 일부를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방안과 함께 2019년부터 본격 시행하려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조기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어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가 주택시장을 완전히 냉각시킬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과열 조짐이 강남권 재건축을 비롯한 서울과 과천·분당·일산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 한정되고, 수도권 다른 지역과 지방은 약세를 보이는 곳이 많은 만큼 과열 우려지역만 정밀타격할 수 있는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권 투기과열지구는 재건축 단지 거래를 올스톱 시키면서 그로 인해 서울·수도권 전체 주택시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메가톤급 조치”라며 “전체 주택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대출 총량을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강도높게 시행될 경우 주택 구매 수요가 급감할 수 있어서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실장은 “정부의 대출 규제도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고 가계 건전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집값 많이 오른 곳을 억누르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라며 “DSR 도입은 필요해 보이지만 그 강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DTI·LTV는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 계층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며 “특히 투기적 가수요에는 대출을 축소하되 실수요자들은 무리없이 집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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