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볼라 사태 한달’의무격리’ 논란 혼란 가중

미국 에볼라 사태 한달’의무격리’ 논란 혼란 가중

입력 2014-10-28 00:00
업데이트 2014-10-2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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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의무 격리’ 비판에도 뉴저지 주지사 강행 천명

에볼라 사태 발발 한 달째를 맞은 미국이 에볼라 확산 통제에서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라이베리아 출신 남성 토머스 에릭 던컨이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미국 내 첫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래 미국은 ‘피어볼라’(에볼라 공포)와의 힘겨운 싸움에 돌입했다.

지난 8일 던컨이 사망하고 나서 3명의 추가 감염자가 나타났으나 2명은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고, 1명은 현재 뉴욕 벨뷰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에볼라 초동 대처에서 허점을 드러낸 미 보건 당국은 이후 에볼라 주요 발생국에서 들어오는 항공기 탑승객의 ‘입국전 체온 검사’를 실시하고 의료진의 대응 지침을 강화한 새 대책을 내놓고 확산 저지에 총력을 퍼붓고 있다.

아울러 에볼라 사태를 진두지휘할 ‘에볼라 차르’를 임명하고 국방부 산하에 24시간 출동 가능한 신속대응팀을 구성해 만반의 대비를 완료했다.

그러나 연방 정부와 각 주(州) 정부는 최근 에볼라 감염 의심자 ‘의무 격리’ 논란으로 불협화음을 여실히 드러내 국민의 불안감을 줄이기는커녕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뉴저지 주 의무격리 강행…메릴랜드·버지니아 주 대중교통 이용 금지 = 서아프리카에서 의료 봉사활동 중 에볼라에 감염된 의사 크레이그 스펜서가 23일 미국 내 4번째 에볼라 감염 확진 판정을 받자 뉴욕, 뉴저지, 일리노이 등 3개 주(州)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감염자 및 의심자와 접촉한 모든 의료진과 여행객을 대상으로 ‘21일간 의무 격리’ 조처를 24일 발동했다.

에볼라 잠복기가 최대 21일인 점을 고려해 주 정부가 직접 대상자들을 예외 없이 격리 시설에 수용해 감염 여부를 추적·관찰하겠다는 초강수다.

그러나 이 조처의 첫 대상자인 간호사 케이시 히콕스가 언론을 통해 비인도적인 처사라며 뉴저지 주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고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면서 의무 격리 사태는 새 국면을 맞았다.

히콕스는 에볼라 검사에서 두 차례나 음성 반응 결과를 얻었으나 환자 취급을 받고 격리됐다.

백악관은 뉴저지 주와 뉴욕 주에 연방 정부의 방침에 어긋난 지침이라며 비판했고, 뉴저지 주 정부는 27일 한발 물러서 보건 당국의 최종 승인을 조건으로 히콕스를 이날 메인 주의 자택으로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플로리다 주에서 공화당 후보 선거 유세에 나선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의무 격리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며 계속 강행할 방침을 밝혀 연방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와 달리,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 주지사를 둔 뉴욕 주와 뉴욕 시는 전날 밤 의무 격리를 옹호하면서도 연방 정부를 의식해 서아프리카에서 오는 의료진이 스스로 집에 머물도록 조처를 완화했다.

이런 가운데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주는 이날 에볼라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대중교통 이용 금지 등에 관한 별도 대책을 발표했다.

메릴랜드 주는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국에서 봉사활동하거나 여행하는 과정에서 에볼라 감염·의심 환자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지역 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대중집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했고, 버지니아 주도 에볼라 노출 정도에 따라 대중교통 이용이나 대중집회 참석 금지, 병상간호 금지 등의 조처를 하기로 했다.

◇미군, 서아프리카 귀국 일부 병력 사실상 강제격리 = 미 국방부는 이날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확산 방지 구호 활동을 마치고 본토로 돌아오던 병력 11명을 이탈리아 미군 기지에서 21일간 격리시키기로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CNN 방송과 CBS 방송은 이들이 에볼라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사회적 파장을 의식해 격리 대신 ‘통제된 관찰’(controlled monitoring)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강제로 이들을 외부와 차단했다는 점에서 이 조처는 의무 격리와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서아프리카에 파견될 3천900명의 병력이 에볼라 환자 접촉과 무관한 병원 신축, 에볼라 치료진 교육 등의 임무만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 본토 내 에볼라 확산 우려를 없애고자 강제 격리를 전격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조처가 해제되지 않는 한 에볼라 위험지대를 다녀온 미군 병력은 모두 격리 조처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전문가 “의무격리, 득보다 실이 많다” = 연방 정부를 대변하는 앤서니 포시 미국 국립보건원(NIH)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전날 ABC, CNN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의무 격리는 결코 추천할 만한 지침이 아니다”라며 “에볼라 감염자와 접촉하지 않고 증상도 없는 사람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여러 과학 지표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무 격리 조처가 서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의료 자원봉사자들만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뒤 네브래스카 메디컬센터에서 완치 판정을 받고 생존한 릭 새크라 박사도 USA 투데이 기고문에서 포시 소장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강제 격리는 에볼라와 싸우는 전 세계에 여러모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에볼라 창궐 사태가 서아프리카에서 끝나지 않고 인구가 많은 아시아 대륙으로 퍼져간다면 엄청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재앙을 막으려면 의료진을 주요 에볼라 발병국에 보내 에볼라 확산을 잠재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크라 박사는 “수백 명을 격리시켜 혹시 놓칠지 모르는 1∼2건의 에볼라 감염 환자를 추려내는 것보다 감염 우려 대상자의 에볼라 증상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지역 보건 당국과 연방 정부 기관 간의 협조를 공고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치료에 참여한 의료진은 인류애를 위해 헌신한 보기 드문 사람들”이라며 “의학적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채 이들을 격리하거나 (에볼라 환자 또는 감염자로) 낙인 찍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의 이 발언은 의무 격리 또는 서아프리카발(發) 항공기 미국 입국 금지 등의 극단적인 방법보다는 에볼라 발병지인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를 완전히 퇴치하는 것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견과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공화당 등 보수파들은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퍼져가는 ‘피어볼라’를 잠재우려면 감염 우려 대상자를 사회와 ‘원천 차단’하는 것만큼 즉효약도 없다는 강경론으로 맞서고 있다.

에볼라 사태의 전반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놓고 정파끼리 대립한 형국이어서 논란은 중간 선거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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