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영웅’ 알리의 또 다른 싸움, ‘민권운동’

‘복싱영웅’ 알리의 또 다른 싸움, ‘민권운동’

입력 2016-06-05 11:33
업데이트 2016-06-0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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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안에서는 챔피언, 링 밖에서는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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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차별에 맞선 무하마드 알리
흑인 차별에 맞선 무하마드 알리 세계의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왼쪽)가 1967년 당시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마틴 루터 킹(오른쪽) 목사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타계한 복싱영웅 무하마드 알리는 미국 민권운동의 주요인물이었다.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었지만 링 밖에선 인종차별과 싸운 진정한 복서였다.

‘캐시어스 클레이’라는 이름을 버리면서 ‘노예의 손자’ 운명을 스스로 벗어났고, 흑인해방운동가인 말콤X와 교류하며 피부색을 떠나 흑백이 공존하는 미국을 꿈꿨다.

“나는 미국이다. 그런데 당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제부턴) 건방지고 자신만만한 흑인인 나에게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AFP통신은 4일(현지시간) 알리의 생전 발언 등을 소개하며 ‘민권운동가 알리’의 삶을 조명했다.

1940∼1950년대 알리의 고향, 켄터키 주(州) 루이빌은 흑백으로 갈린 두 개의 미국이었다. 학교와 교회, 공공장소에서 흑인은 백인으로부터 분리돼야만 했다.

로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금의환향했지만, 식당 출입을 금지당했을 때, 그는 방송카메라 앞에서 거침없이 불만을 털어놨다. “나는 세계 챔피언인데도 내가 들어갈 수 없는 이웃집들이 있다.”며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알리 특유의 표정과 몸짓, 리듬감 있는 말투는 미국인들의 눈과 귀를 부여잡았다. 그러나 ‘한 공간 속 두 세상’이 익숙한 당시 미국인에게 알리는 급진적 선동가로 비쳤다.

같은 남부 출신 흑인이자 알리를 꺾은 최초의 복서인 조 프레이저를 향한 독설은 흑백뿐 아니라 흑인 사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알리는 공식 석상에서 프레이저를 ‘엉클 톰(백인에게 굴종적인 흑인)’이라거나 ‘백인의 챔피언’, ‘못생긴 벙어리 고릴라’이라고 조롱했다.

여기에 알리의 반전 발언은 흑인 인권운동에 기름을 끼얹었다.

특히 “베트콩은 나를 깜둥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데, 내가 왜 총을 쏴야 하느냐”며 베트남전 참전을 거부했을 때, 그는 ‘영웅’이라는 칭호와 ‘반역자’라는 오명을 동시에 뒤집어썼다. AFP통신은 “알리가 당시 미국사회를 둘로 쪼갰다”고 썼다.

그의 정체성과 민권운동에 대한 인식은 60년대 말콤X와 친분을 쌓으면서 개화했다. 알리는 말콤X와 첫 만남을 “그는 두려움이 없었다. 그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작가 랜디 로버츠는 두 사람의 우정을 다룬 저서에서 “말콤의 보호 아래 알리는 세계 무대를 껴안아, 흑인의 자부심과 독립의 세계적인 상징인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알리는 흑인 무슬림 단체 ‘네이션 오브 이슬람(Nation of Islam)’ 활동에 대한 이견으로 결국 말콤과 결별했지만, 말콤이 39살에 인종차별주의자에 의해 암살되자 회한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말콤이 숨진 지 10여 년 후 “말콤에게 사과할 수 있었더라면…그는 여러 측면에서 옳았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당시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절대로 그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는 30년 넘게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유엔 친선대사를 맡아 평화의 메신저로 활동했다.

미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확실시되는 도널드 트럼프의 ‘반(反)무슬림’ 발언에 대한 일갈은 사실상 알리의 마지막 외부 활동가로서의 활약이었다.

그는 “정치지도자는 이슬람 종교에 대한 이해를 가져다주는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일침을 놨다.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알리의 삶을 이렇게 요약했다. “링 안에서는 챔피언, 링 밖에서는 영웅”이라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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