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로 존재감 부각된 인민해방군 홍콩주둔군

시위로 존재감 부각된 인민해방군 홍콩주둔군

입력 2014-10-06 00:00
업데이트 2014-10-0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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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홍콩주둔군 개입 가능성은 적어”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사령관인 탄번훙(譚本宏) 소장(57)은 이달 1일 국경절 기념 리셉션에서 정복을 입고 참석해 중국 정부 관리들과 차분히 샴페인으로 건배했다.

기념 리셉션이 열린 홍콩 컨벤션센터의 주변 도로에서 시위대 수천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던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일부 시위대와 홍콩 시민들은 탄번홍 장군이 지휘하는 주둔군이 이번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해 개입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이 처한 민감한 정치·법적·전략적 현실 탓에 주둔군이 병영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극히 어려우며 홍콩 경찰 2만7천명이 당분간은 시위 대처를 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베이징이나 홍콩 정부의 수뇌들이 주둔군의 개입에 따른 막대한 정치적 대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둔군이 개입한다면 홍콩이 자랑하는 ‘일국양제 자치’를 일거에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홍콩 주재 외교관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주둔군의 활발해진 움직임, 시내와 시외의 기지들에서 진압훈련이 벌어졌다는 미확인 보도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외교관들에 따르면 주둔군의 병력은 대략 8천∼1만명 정도이며 그 대부분이 보병으로 선전(深천<土+川>)과 홍콩에 걸쳐 있는 국경 지대의 기지들에 분산 배치돼 있다. 주둔군은 소규모의 해·공군 파견 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홍콩 겸무처장을 지낸 레지나 입 라우 숙-이(葉劉淑儀) 의원은 “(홍콩의) 고위급 정책결정자들은 주둔군이 배치되면 전세계에 일국양제의 끝장으로 비쳐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본토 출신 안보전문가도 중앙정부가 홍콩주둔군 개입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런 이유 때문에 중국군은 대체적으로 상징적 주둔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9년 발생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으로 영국이 홍콩의 주권을 중국에 이양할 당시부터 중국군의 홍콩 주둔은 아주 민감한 부분이었다.

홍콩 주둔군이 사용하는 기지들은 영국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주둔군은 시위대가 몰려있는 홍콩 정부의 신청사 옆의 영국군의 옛 사령부 건물도 활용하고 있다.

아시아와 서방권 외교관들은 지난해부터 주둔군의 본부와 기지들이 분주해진 모습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런 표지 없이 군용 차량 번호판만을 단 검은색 SUV차량들을 홍콩 길거리에서는 흔히 마주칠 수 있다.

한 아시아 외교관은 “우리는 (중국군의) 활동이 많아진 것이 현상황과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전반적인 군사력 확대를 반영하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중국군의 홍콩 주둔은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의 통제를 받는다.

기본법에 따르면 중국군은 홍콩 내정에 개입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홍콩 정부 지도자들이 질서 유지나 재난 대처를 위해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다.

또한 홍콩에 전시나 비상사태가 선포될 경우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병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몇몇 조항들도 포함돼 있다.

다만 전인대가 병력을 동원하더라도 국가단합이나 안보를 위협하고 홍콩 정부의 통제를 벗어날 만큼 큰 소요를 전제 조건으로 달고 있다.

홍콩대학 법학교수인 사이먼 영은 “이들 조항을 발동해 군대를 불러들이는 것은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정부 통제의 완전 붕괴나 내전을 상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관은 홍콩 기본법을 만들 당시에 베이징 정부에 병력 배치가 불가피한 구실을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부여해놓았다고 지적했다.

홍콩 주둔군에 관한 중국측의 법령은 이들이 홍콩의 정치·사회·종교 기관에 소속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병력도 현지에서 충원하지 않는다.

과거 홍콩 주둔 영국군인들이 밤이면 시내의 술집들을 가득 메웠던 것과는 달리 중국 군인들은 기지 내부에만 머물고 있어 자유분방한 홍콩 사회와 언론들로부터는 사실상 격리돼 있다. 지역사회와도 거의 교류가 없다.

주둔군은 홍콩 정부 경무처를 협력 창구로 삼고 있지만 영국 식민지 시절처럼 군경 합동 조직은 운영하지 않고 있다.

외교관들은 중국군의 주둔은 외부의 침략 보다는 내부 안보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주력 무기가 홍콩의 복잡한 거리들을 감안해 기관총만 탑재한 WZ523경장갑차일 정도로 무장 상태도 비교적 가볍다.

이들을 지휘하는 탄번훙 소장은 하이난도(海南島) 군사령관을 거쳐 홍콩에 부임했다. 탄번훙 소장은 중국의 재래식·핵미사일을 관장하는 제2포병 사령부에서 복무했으며 홍콩 주둔군에도 배속된 적이 있다.

탄 소장은 인민해방군 창건 87주년인 지난 7월31일 칵테일 파티를 통해 외교사절, 베이징과 홍콩 정부 관리·경찰·기업인들과 일종의 상견례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홍콩 주둔군 정치위원인 웨스신(岳世<金자 3개>) 중장과 공동으로 지휘할 것이며 내부 안정과 안보 유지가 주둔군의 오랜 전통이라고 강조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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