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한강은 누구인가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한강은 누구인가

입력 2016-05-17 07:27
업데이트 2016-05-1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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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부터 주목받아온 ‘차세대 韓문학 기수’“소설은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시작된 질문에 답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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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46)이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 시상식장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46)이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 시상식장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소설가 한강(46)이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작가의 이력과 작품 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맨부커상은 영어권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특히 한강은 비(非)영연방 작가들이 경쟁하는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터키의 노벨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 중국의 유명 작가 옌렌커 등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대(代) 이은 소설가…‘차세대 韓문학의 기수’

한강은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태어났다. 이후 서울로 올라온 그는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한강은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시로 먼저 등단한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그는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당선됐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공식 데뷔했다. 수상작은 단편 ‘붉은 닻’.

한강은 이후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 다양한 소설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소설 외에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동화 ‘내 이름은 태양꽃’, ‘눈물상자’ 등을 펴내기도 했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품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는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처음 연재된 연작소설로, 2007년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한강이 마지막으로 발표한 소설은 ‘채식주의자’와 함께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소년이 온다’다.

한강은 시심(詩心) 어린 문체와 독특하면서도 비극성을 띤 작품 세계로 일찌감치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폭력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장으로 풀어낸다. 문학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을 “상처를 응시하는 담담한 시선과 탄탄한 서사, 삶의 비극성에 대한 집요한 탐문”이라고 정리한다.

문단은 이런 한강에게 한국소설문학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과 함께 ‘차세대 한국문학의 기수’라는 수식어를 안겼다.

그는 2007년부터 서울예대 미디어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예대 학생들은 한강에 대해 “섬세함과 카리스마로 학생들을 사로잡는 교수”로 표현한다.

또 한강은 ‘문인가족’으로도 유명하다.

아버지는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다산의 삶’ 등을 펴낸 한국 문단의 거장 소설가 한승원이다. 한승원과 한강은 국내 최고 소설문학상으로 꼽히는 이상문학상을 부녀 2대가 수상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강의 남편은 김달진문학상,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한 문학평론가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다. 오빠 한동림 역시 소설가로 활동 중이다.

한승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딸 한강은 전통사상에 바탕을 깔고 요즘 감각을 발산해 나는 작가”라며 “어떤 때 한강이 쓴 문장을 보며 깜짝 놀라서 질투심이 동하기도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딸과 아들의 작품활동은 자신을 게으름에 빠져 있지 않도록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작가 한강에게 소설쓰기란

“어떻게 보면 소설 쓰는 일은 서성거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뜨겁거나 서늘한 질문들을 품은 채 앞으로 나아가거나 뒤로 돌아가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는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야 되짚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들을 품은 채 저에게 주어진 삶 위에서 끈질기게 서성일 것입니다.”

한강은 지난 2월 열린 한 문학회에서 자신의 소설 쓰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소설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매번 던져본다고 말한다. 이 질문은 인간의 폭력성과 결백성에 대한 탐구로 확장된다. 즉 소설 쓰기란 한강이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강은 오랜 기간 이 문제에 천착했지만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다며 그 질문의 완성에 근접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조용히, 진지하게, 앞으로도 지금처럼, 천천히 계속 글을 쓰려고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한강이 이러한 질문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계기는 바로 1980년에 일어난 광주민주화운동이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서울로 올라온 뒤 아버지가 보여준 사진첩 하나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토로한다. 아버지 한승원이 보여준 것은 바로 광주민주화운동에서 학살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이었다.

한강은 “열세 살 때 본 그 사진첩은 제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비밀스런 계기가 됐다”며 “이때부터 간직해온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세 번째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부터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강의 문학성과 더불어 질문에 대한 탐구가 최고조에 이른 것은 2014년 출간된 ’소년이 온다'(창비)에서다.

그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중학생 동호와 그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아픔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한강이 “우리가 폭력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계를 견뎌낼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했던 작품”이라고 설명한 이 소설은 해외에서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뤘다”라는 대대적인 호평을 받았다.

계속해서 폭력을 탐구하는 한 인간의 선함을 다룰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강은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저는 인간의 선함을 간절하게 믿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인간의 존엄성을 굳게 믿고,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다움과 폭력이 공존하는 세계에 고통과 슬픔을 느낍니다. 그래서 작품들을 쓰며 힘들고, 고통스러웠지요. 하지만 그 고통 안에서 하나의 열쇠,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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