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검찰총장은 인선 진행중..현직 고검장 ‘내부승진’ 분위기
‘박근혜 정부’에서 주요 권력기관장 ‘빅5’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빅5’는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등으로 일반적으로 새정권이 출범하면 최고권력자의 측근들이 배치되는게 그간의 관례였다.
하지만 적법절차를 중시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가 남아있는 권력기관장에게 사퇴를 요구할지 여부는 불투명한 측면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력기관장들의 인선을 통해 향후 5년간 박 당선인이 국가권력을 어떻게 운용할지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가는 박 당선인의 선택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공석’ 검찰총장 인선중..유력 후보 윤곽 = 지난해 검찰의 비리와 추문, 검란(檢亂)으로 한상대 총장이 물러나면서 공석인 상태여서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검찰의 새 수장이 들어선다.
현재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가동되고 있으며 추천위는 여러 명의 총장 제청 대상자를 천거받아 인사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현직 고검장(연수원 14∼15기)’으로 압축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연수원 14기 가운데 검찰 내부에는 검찰총장 권한 대행인 김진태 대검 차장과 김학의 대전고검장, 채동욱 서울고검장, 노환균 법무연수원장 등이 남아있다.
15기 중에서는 소병철 대구고검장, 길태기 법무부 차관,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 김홍일 부산고검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다만 박 당선인이 그동안 강력한 검찰 개혁 의지를 피력해왔기 때문에 외부 인사의 발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천위는 제청 대상자를 검증한 뒤 3명 이상의 후보자를 법무부장관에게 추천하고, 장관은 이 가운데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된다.
◇원세훈 국정원장 교체 유력..내부 승진 이뤄질까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팎에서는 국정원장이 새로 임명될 것이라는 것이 정설처럼 자리잡고 있다.
국정원장은 딱히 임기가 없지만 원세훈 원장이 2009년 2월에 임명됐기에 다음달이면 재임 기간이 4년이나 된다. 여기에 대표적인 ‘이명박대통령(MB) 맨’이라는 점에서 교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측근인사들 중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방부장관을 지낸 대통령직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김장수 간사의 기용설이 나온다.
김 간사가 대선캠프에서부터 관련 분야 공약을 성안해 박 당선인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기부 2차장 출신인 이병기 여의도연구소 상임고문과 검찰 출신에 국회 정보위원장을 역임한 권영세 전 의원, 국정원 2차장을 지낸 김회선 의원 등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다만 박 당선인이 전문성을 중시하는 가운데 대통령의 측근이나 정치인 등 정보분야 비전문가를 국정원 수장에 앉힘으로써 발생하는 비효율이나 부작용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는 점에서 내부 승진 또는 국정원 출신의 발탁 가능성도 작지않다.
민관식 전 문교부 장관의 아들인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이 그런 맥락에서 우선 거론된다.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외교안보단에서 활동한 한기범 전 국정원 3차장은 북한정보실장을 지낸 대북 통으로 이름이 거명된다. 내부에서는 차문희 2차장을 주목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내정보수집 부문이 축소될지도 관심사다.
◇국세청장도 교체 가능성..‘세수확보’에 중점 = 2010년 8월 취임해 2년5개월째 재임 중인 이현동 국세청장도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게 국세청 안팎의 분석이다.
이 청장도 ‘MB맨’으로 분류되고 있어 박 당선인과 함께 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또 내부승진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 실현을 위해 세수 확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국세 행정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차기 수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차기 청장 후보로는 박윤준 본청 차장과 조현관 서울국세청장, 김은호 부산국세청장, 김덕중 중부국세청장 등 1급 4명이 우선 거론된다.
기수로는 행정고시 25회인 조 청장이 유력하지만 대구ㆍ경북(TK) 출신이어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탕평 인사가 고려된다면 27기인 나머지 3명도 유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현동 청장을 정권 출범과 동시에 교체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청장이 그동안 내부 군기를 잘 잡아왔다는 평가가 있는데다 국세청장도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어서 각종 고위직 후보들이 줄줄이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정권 초기에 무리하게 교체를 감행하지 않고 세수 확보의 진도를 감안해 교체 시기를 정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4대강 사업’ 감사 감사원장 거취 주목 = 최근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사업’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와 정면 충돌하는 모습을 연출한 양건 원장이 과연 어떻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감사원장은 권력기관장 ‘빅5’ 가운데 유일하게 헌법이 규정한 기관이다. 그만큼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4년 임기도 헌법에 보장돼 있어 2011년 3월 취임한 양 원장이 자신의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당선인이 헌법 정신을 특히 강조한 점도 양 원장의 유임을 점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다만 양 원장이 새 정부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조기 사직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인수위 주변에서는 자진 사퇴 요구를 받은 양 원장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10월 재선임된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5월 조기 퇴진한 사례도 있다.
양 원장이 물러날 경우 차기 감사원장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은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그는 새누리당 대선캠프에서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으며 정치개혁 공약을 성안, 당선인의 개혁 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물망에 오른다. 김 전 위원장은 권익위원장 재직시 부패 근절을 위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제정에 매진했다는 점에서 당선인의 개혁 의지에 맞는다는 시각이 있다.
◇’취임 9개월’ 경찰청장 임기 지킬까 = 김기용 경찰청장은 지난 5월 취임, 이제 7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경찰청장의 임기는 2년으로 박 당선인이 대선 캠페인 기간 경찰 공약을 발표하면서 청장 임기 보장을 약속한 바 있어 교체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시 박 당선인은 “청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6명의 청장 가운데 1명 만이 법정 임기를 마쳤다”며 “청장의 잦은 교체에 따른 경찰조직 동요는 곧 치안공백으로 이어진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은 또 “경찰 조직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하겠다”며 임기 보장을 강조했다.
박 당선인의 말대로라면 김 청장은 이미 임기를 보장받은 셈이다.
다만 양 감사원장처럼 김 청장도 자진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점이나 정권 초기 경찰 수장은 항상 바뀌었다는 점에서 상황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진사퇴를 압박받았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확인해본 결과 전혀 근거없는 루머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청장이 교체된다면 법적으로 후보가 될 수 있는 이는 현재 치안정감인 김용판 서울경찰청장, 강경량 경기경찰청장, 서천호 경찰대학장, 이성한 부산경찰청장 등 4명으로 압축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