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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미안하고 고맙다”…회한의 父子상봉

<이산가족> “미안하고 고맙다”…회한의 父子상봉

입력 2014-02-20 00:00
업데이트 2014-02-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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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살 꼬마였던 아들이 흰머리가 성성한 60대 노인이 돼 아흔의 아버지 앞에 섰다.

아버지는 밀려드는 회한에 “미안하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3년4개월 만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 20일 오후 금강산호텔. 전쟁통에 헤어진 부모와 자식이 60여 년 만에 재회했다.

김영환(90) 할아버지는 북녘에 두고 온 아내 김명옥(87) 씨와 아들 대성(65) 씨를 만났다. 이번 상봉단 82명 가운데 배우자를 만난 것은 김 할아버지가 유일하다.

김 할아버지는 6·25 때 인민군을 피해 혼자 남쪽으로 잠시 내려와 있다가 가족과 헤어졌다. 당시 아들 대성 씨는 5살이었다. 김 할아버지는 이후 남쪽에서 결혼해 4남1녀를 뒀다.

김 할아버지와 이번 상봉에 동행한 아들 세진(57) 씨는 “아버지는 북쪽 가족들에게 젊을 때 그렇게 헤어졌다는 미안함을 안고 살았다”라며 “가족들을 만나면 보고싶고 안아주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라고 말했다.

이영실(88) 할머니는 딸 동명숙(67)씨와 동생 정실(85·여)씨, 시누이 동선애(76)씨를 만났다.

이 할머니는 전쟁통에 두 딸을 시부모에게 맡기고 남편과 잠시 남한으로 피난왔다가 휴전이 되는 바람에 예기치 않은 생이별을 하고 말았다.

이 할머니는 현재 치매가 심해 꿈에서도 그리던 북녘의 딸 명숙씨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두 딸중 맏이는 현재 행방불명 상태다.

이 할머니는 북한에 두고온 딸들 생각에 명절 때면 몰래 숨어 울곤 했고, 이 할머니의 남편은 평생을 애통해하다 4년 전 세상을 떴다.

이 할머니와 동행한 딸 성숙씨는 “우리 집은 명절이 싫었다”라며 “친척도 없고, 갈 데가 없었다”라며 이산의 아픔을 토로했다.

박운형(93) 할아버지는 북한에 두고온 딸 명옥(68)씨와 동생 복운(75·여)·운화(79)씨를 만났다.

박 할아버지는 평양에서 혼자 직장생활을 하다 1·4 후퇴 때 남쪽으로 피난을 왔다. 석 달이면 돌아갈 수 있겠지 하던 세월이 60년을 훌쩍 넘기게 됐다.

명옥씨는 박 할아버지가 25살 되던 해 해방둥이로 낳은 딸이다. 헤어질 때 예닐곱살 소녀였던 딸은 이제 67살 할머니가 돼 아버지 앞에 나타났다.

박 할아버지는 “고향을 잊어본 적이 없다”라며 “두 세상을 사는 기분”이라고 감격스러워 했다.

그는 딸과 동생들에게 “통일이 될 때까지 건강하게 죽지 말고 살아서 다시 만나자”라며 또 한 번의 기약없는 이별을 미리 준비했다.

강능환(93) 할아버지는 이번에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아들을 만났다.

결혼한 지 4개월도 안 된 아내와 1·4 후퇴 때 헤어진 강 할아버지는 아들의 존재조차 모른 채 60여 년을 살았다. 그러다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돼 생사확인을 거치면서 북한에 남긴 아내의 뱃속에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이번 1차 상봉에서는 이들 4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이 북한에 있는 자녀와 만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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