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대통령 사과요구” 작심발언…文도 비판대열 동참
일부 초선의원들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방중’ 논란으로 여권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그동안 당의 대응은 방중 당사자들과 대변인이 해명하고 반박하는 수준에 그쳤으나 당 지도부가 가세하며 적극적 공세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의 대응 수준에 머물렀다가는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적극적인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당 지도부가 사드 방중을 직접 비판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서 정국의 긴장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9일 “야당 의원들을 매국노, 북한 동조세력으로 만드는 발언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느냐”고 작심한 듯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번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과 단체장의 사드 관련 방중에는 왜 침묵했느냐. 그것도 매국노, 사대주의, 북한 동조였느냐”며 “이렇게 해놓고 야당 협조를 부탁하느냐. 매국노, 북한동조세력의 협조가 필요하느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을 향해서는 사과를 요구했다.
그간 사드 방중에 대한 진정성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면서 여권의 비난에 강경 대응을 삼가해온 우 원내대표가 고강도 발언을 하고 나서자 수세에 몰렸던 더민주가 국면전환을 위해 총공세로 나서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사드 방중 논란에 침묵했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반격의 대열에 합류했다.
문 전 대표는 “지금 한국 외교의 최우선 과제는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도리어 노력하는 야당 초선의원들을 비난부터 하니 참 한심한 정부”라고 일갈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작년 9월 중국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에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참석했다”며 “그 때 박 대통령의 마음과 지금 방중한 야당의 의원들의 마음이 결코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까지 가세한 고강도 대응은 여권에 공격의 단초를 제공했던 ‘중국의 사드방중 이용’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은 데 대한 안도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 원내대표도 “방중 의원들이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고, 오히려 중국 매체들이 진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 핵심 관계자도 “우려했던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다. 완전 기우였다”며 “처음부터 방중 결과를 보고 비판해야지 덮어놓고 때리는 게 어디있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아직까지는 방중 의원단의 활동에 대한 중국 관영 언론 등의 악용 사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더민주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그간 잠시 접어뒀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사드 방중으로 여권에 내줬던 정국의 주도권을 다시 거머쥐려는 강한 의지의 표출로 받아들여진다.
우 원내대표는 “당장 운영위를 소집해 민정수석 문제를 다루자”며 “대통령이 국민통합보다 갈등, 국론분열의 길을 가시겠다면 야당은 야당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혹여 사드 논란을 우 수석 구하기의 찬스로 여기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며 “어떤 이슈가 발생해도 국민은 우 수석과 박 대통령을 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당이 한 목소리로 사드 방중 논란에 대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싸고 당내에 엄존하고 있는 이견이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는 알 수가 없다.
초선의원들의 방중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박 대통령의 비판에 “내가 이야기할 게 없다”고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당장 오는 11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방중 의원들의 귀국보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대응에 대한 성토장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방중 논란과 사드 반대 당론 채택 문제 등 노선투쟁의 장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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