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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주기’ 논란에 하우스푸어 공약 수정ㆍ보완

’퍼주기’ 논란에 하우스푸어 공약 수정ㆍ보완

입력 2013-01-14 00:00
업데이트 2013-01-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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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원리 위배에 실효성 낮다는 지적 반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하우스푸어(내집빈곤층)’ 구제책을 다소 손질하게 된 배경은 형평성 논란을 의식해서다.

집값 하락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우스푸어 개인의 사정은 딱하지만, 어디까지나 ‘투자자 책임’이란 시장원리에 따라 문제를 풀어야 뒤탈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하우스푸어를 방치하면 최악에는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는 데다 민생 안정의 기본인 의ㆍ식ㆍ주와 직결됐다는 점도 인수위로선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채권단의 손실 분담 후 채무자의 지분 할인매각이란 단계적 처방을 내놓기로 했다.

자발적으로 제도에 참여할 유인을 마련해야 대책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 채권자와 채무자가 고통을 분담토록 한 것도 주목된다.

◇미국식 하우스푸어 대책에 공공기능 가미 = 지난해 하반기 금융권에선 하우스푸어 해법으로 ‘세일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임대)’ 제도가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일부 주(州)에 시범 도입한 이 제도는 하우스푸어가 주택을 은행에 넘기고 지분사용료를 월세처럼 내면서 살도록 했다.

국내 일부 은행은 이 제도를 본떠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임대)’이란 제도를 도입했다. 주택 소유권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세일 앤드 리스백과 다르다.

그러나 이 제도는 현재까지 신청자가 거의 없는 ‘개점휴업’ 상태다. 하우스푸어의 속성인 다중채무(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짐)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하우스푸어는 보통 제1금융권뿐 아니라 제2금융권에서도 여러 형태의 빚을 끌어다 쓴다. 개별 은행 차원에서 손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여러 차례 “금융권 공동으로 해야 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지분매입제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팀장은 “공공기관이 나서 여러 금융회사에 분산된 하우스푸어 채무를 일괄 조정함으로써 다중채무란 걸림돌은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형평성 시비에 사전 채무조정 단계 추가 = 지분매입제도의 작동 원리는 하우스푸어 주택 지분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 SPC가 지분을 묶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면 공공기관이 사주는 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집값이 많이 내리면 해당 공공기관의 동반 부실 우려마저 대두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든 정부든 나서서 돈을 대면 ‘집을 가진 사람만 혜택을 본다’는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그뿐만 아니라 언젠가 정부가 해결해 줄 것이란 그릇된 기대감이 생겨 너나없이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도덕적 공황’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금융권에선 우려를 보였다.

인수위는 이런 지적을 고려해 채권자와 채무자가 미리 채무를 조정하는 단계를 두기로 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쓰이는 워크아웃(채무재조정) 방식을 도입,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대출금 상환을 미루거나 원금 일부를 탕감하는 것이다.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등 여러 금융회사가 채권자인 만큼 이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주채권은행 제도 도입도 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 채권으로 분류되면 충당금을 더 쌓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도 영향을 준다”며 “은행을 배려한 감독정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LTV가 경락가율 넘은 ‘깡통주택’만 할인매입 = 공공기관에 주택 지분을 넘길 때도 ‘퍼주기 지원’ 논란을 차단할 장치가 마련된다.

공공기관이 지분을 매입한 뒤 집값이 급락하면 공공기관도 손실을 보고, 정부 재정으로 이를 메워줘야 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매입 가격을 낮추는 게 상책이다.

인수위 안팎에선 최고 20~30%의 할인율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일반 주택의 경락가율이 70~80%라는 점이 고려된 수준이다.

집을 경매에 내놔도 70~80%밖에 건지지 못할 바에야 일부 지분만 그만큼 할인해 매각하고 소유권을 유지하는 게 하우스푸어 입장에서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이 제도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은 담보인정비율(LTVㆍLoan To Value ratio)이 70~80%를 넘는 ‘깡통주택’으로 한정될 전망이다.

대출금을 집값(담보가치)으로 나눈 LTV가 높을수록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는 게 버거워진다. 많게는 LTV가 경락가율을 초과한 19만명, 적게는 LTV가 80%를 넘는 4만명이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소득이 많으면 원리금 상환 압박을 견딜 체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 가운데 총부채상환비율(DTIㆍDebt To Income ratio)이 높은 사람을 위주로 선별될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에 제도 참여할 ‘당근’도 제시할 듯 = 하우스푸어 대책은 채무자에게도 고통 분담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들이 제도에 참여하려면 어느 정도 ‘당근’도 제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게다가 ‘내 집’에 대한 집착이 강한 국민 정서상 지분의 일부라도 넘길 마음을 먹게 하는 게 쉽지 않다.

당장 거론되는 유인책은 연 6%로 설정된 지분사용료를 낮추는 것이다. 지분사용료란 공공기관에 주택 지분을 넘기고 지분에 일정 비율을 적용해 다달이 월세처럼 내는 돈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5%에 불과해 적어도 이 정도 수준으로 사용료를 낮춰야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분을 넘기면 대출 원금이 줄어드는 만큼 매월 갚아야 하는 돈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나중에 집을 팔 때 손에 쥐는 돈도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마찬가지다.

문제는 지분사용료를 낮추면 공공기관이 매입할 주택 지분의 자산유동화증권(ABS) 수익률도 덩달아 낮아진다는 점이다. 수익률을 보전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지분사용료도 만족할 만큼 낮아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ABS 수익률을 유지하면서 지분사용료를 낮추려면 공공기관의 재원 투입이 불가피해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낳을 소지도 있다”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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