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6억원 ‘미스터리’…특검이 남긴 의혹은

현금 6억원 ‘미스터리’…특검이 남긴 의혹은

입력 2012-11-14 00:00
업데이트 2012-11-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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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형씨 행적 의문…차용증 원본파일 끝내 못 찾아

이광범 특검팀은 특검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소환조사하고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을 시도하는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지를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를 기소하지는 못했으나 사저부지 매입자금에 현금 6억원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고 청와대 행정관이 시형씨의 검찰 진술서를 대신 작성한 사실을 밝혀내는 등 검찰 수사와 비교할 때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79) 다스 회장의 자택 붙박이장에서 나온 현금 6억원의 출처와 이 회장에게서 돈을 빌린 날 시형씨의 행적 등 말끔하게 풀리지 않은 의혹도 상당수 남아 있다.

◇붙박이장 현금의 출처는 =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의문 중 하나가 이 회장이 집안 붙박이장에서 꺼내 시형씨에게 빌려줬다는 현금 6억원의 출처다.

6억원이 전액 현금이었던 사실이 밝혀지자 이 돈의 출처와 용도를 두고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자 이 회장 측은 특검 출석에 앞서 두 차례 입을 열어 이 돈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는 “2005년부터 개인계좌에서 1천만~2천만원씩 찾아 붙박이장에 보관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삼성증권 펀드 수익금을 인출했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이 회장은 자기 명의로 가입한 삼성증권 펀드 수익금을 2005년부터 1천만~2천만원씩 찾아 붙박이장에 보관했다’는 말이 된다.

즉, 이 회장이 개인 돈을 시형씨에게 빌려줬다는 것이나 문제는 삼성증권 펀드에 묻어둔 돈의 ‘뿌리’가 실소유주 논란이 일었던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라는 점이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는 ‘이상은 회장 소유로 돼 있는 도곡동 땅이 사실은 이 후보 소유 아니냐’는 의혹의 파장이 커지자 그해 7월 기자회견을 열어 도곡동 땅을 둘러싼 자금 흐름도를 공개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장과 이 대통령의 처남 고(故) 김재정씨는 1985년 15억원을 들여 도곡동 땅을 산 뒤 1995년 포스코개발에 263억원을 받고 팔았다.

이 회장은 세금(34억여원)과 다스 투자금(22억여원) 등을 뺀 200억원 중 자신의 몫 100억원을 교보생명에 예치했다가 139억원으로 불어나자 2001년 2월에 찾아 그 다음달 삼성증권에 맡겼다.

이 회장이 특검에 제출한 펀드 관련 자료가 바로 이때 삼성증권에 만든 펀드를 말한다.

결과적으로 2007년 당시 이 대통령이 실소유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도곡동 땅을 판 돈이 이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사저 부지를 사들이는 데 사용된 셈이다.

그러나 30일 안에 의혹 규명을 마쳐야 했던 특검팀이 이 돈의 출처까지 규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시형씨 행적 ‘미스터리’ = 시형씨와 이상은 회장은 기존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5월23일 시형씨가 서울 광진구 구의동 이 회장 자택을 방문해 큰어머니인 박모씨에게서 현금 6억원을 받아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 조사에서는 두 사람 모두 돈을 주고받은 날이 지난해 5월23일이 아닌 5월24일이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시형씨는 지난해 5월23일 오후 늦게 경주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청와대 관저에 머물렀다며 KTX 열차표를 증거물로 제시했다.

5월24일에는 청와대에서 점심을 먹고 혼자 차를 몰아 이 회장 자택으로 가 돈을 빌렸으며 청와대로 돌아와 관저에 현금 가방을 두고 저녁을 먹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팀이 작년 5월24일 시형씨와 박씨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

이 회장의 부인 박씨의 말 역시 의심을 사기 충분했다.

시형씨와 이 회장은 박씨가 직접 현금 6억원을 시형씨에게 건넸다고 진술했으나 지난달 17일 이 회장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던 박씨는 “내가 시형이한테 돈을 줬다고. 누가 그러던가”라는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또 그날 이 회장 자택이 있는 아파트 단지의 차량 출입기록을 확인했으나 시형씨가 출입한 기록이 없었으며 계좌추적 결과와 시형씨 진술 내용도 딱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박씨가 지난해 5월24일 오후 2시30분 서울 청담동의 중식당을 예약해 점심을 먹었으며, 시형씨가 이날 저녁 서울 강남에서 식사했다는 시형씨 지인의 전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형씨가 돈을 빌린 날짜가 지난해 5월24일이 아니거나 이 회장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현금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차용증 원본 파일의 행방은 = 특검팀은 시형씨가 이 회장에게서 현금 6억원을 빌렸다는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시형씨가 청와대 컴퓨터를 이용해 작성했다는 차용증의 원본 파일을 확보하려고 했다.

특검팀이 사상 최초의 청와대 압수수색까지 시도하며 확보하려고 한 핵심 증거물이 바로 차용증 원본 파일이었다.

시형씨와 이 회장이 제출한 차용증은 2011년 5월20일자로 작성됐으나 공증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종이 출력물에 자필서명만 한 것이다.

특검팀은 얼마든지 작성날짜를 변조할 수 있는 출력물 대신 파일 생성 시점을 속일 수 없는 차용증 원본 파일을 입수함으로써 이 차용증이 사후에 작성된 것은 아닌지 검증하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청와대 관저 컴퓨터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파일이 삭제된다”며 자료제출을 거부했고 특검팀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집행하려고 하자 이마저 거부했다.

결국 청와대의 비협조로 차용증 원본 파일의 행방과 함께 현금 6억원의 진실은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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