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8일 블라디보스토크서 개막

APEC 정상회의 8일 블라디보스토크서 개막

입력 2012-09-07 00:00
업데이트 2012-09-0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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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 회원국 정상ㆍ대표 참석..푸틴 東進정책 신호탄

제20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8일부터 이틀 동안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의 ‘루스키 섬’에서 개최된다.

의장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최하는 이번 회의에는 21개 APEC 회원국 정상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정상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 이명박 대통령도 회의 참석을 위해 7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다. 11월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운동 일정 때문에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대신 보낸다.

◇ 21개 회원국 대표 러’극동에 집결 = APEC은 동남아시아 10개국 모임인 아세안(ASEAN)의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유럽연합(EU) 등 유럽지역 경제블록 형성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협력체다.

1989년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한국 등과 ASEAN 6개국 등 12개국 각료회의로 출범했으며 1993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상회의로 격상됐다. 이후 회원국 수가 계속 늘어나 현재 2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경제규모에서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7%, 교역량의 48%를 차지하는 주요 지역 협력체로 성장했다. 올해 APEC 회의를 주최하는 러시아는 1998년 기구에 가입했다.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APEC 회의는 출범 연도 기준으론 24회째, 정상회의 격상 이후부터 계산하면 20회째다.

’성장을 위한 통합, 번영을 위한 혁신’을 구호로 내건 블라디보스토크 회의에서 정상들은 ▶ 무역ㆍ투자 자유화 및 지역경제통합 ▶ 안정적 운송망 구축 ▶ 식량 안보 강화 ▶ 혁신적 성장 촉진을 위한 협력 등 네가지 주요 의제에 대해 논의를 펼칠 예정이다.

21개 회원국 대표들이 함께하는 다자회담과는 별도로 다양한 양자 회담도 함께 진행된다.

러시아는 개방 이후 사실상 가장 큰 국제행사인 이번 APEC 회의 준비를 위해 6천800억 루블(약 24조원)이란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부었다. 회의 개최뿐 아니라 인프라 구축에 든 비용까지를 합한 금액이다.

APEC 주요 행사가 열리는 피터대제만(灣)의 루스키 섬에는 극동연방대학 캠퍼스가 새로 조성됐다. 캠퍼스 안에는 호텔에 버금가는 수준의 기숙사가 건립됐다. APEC 정상회의는 대학 캠퍼스에서 열리고 정상들은 기숙사에서 묵는다. 러시아 정부는 회의가 끝나면 극동연방대학을 동북아 지역의 교육 중심지로 키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루스키 섬과 대륙을 갈라놓았던 ‘동(東) 보스포루스 해협’ 위론 거대한 연륙교가 건설됐다. 루스키 섬과 블라디보스토크시(市)를 연결하는 사장교 (斜張橋)는 전체 길이가 3100m, 교각 간 거리만도 1104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다. 이 다리 건립에만 330억 루블(약 1조2천억원)이 들었다.

노후했던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북동쪽의 크네비치 공항도 대형 여객기를 수용하고, 연간 350만명의 이용객을 처리할 수 있는 현대식 공항으로 탈바꿈했다. 공항에서 루스키 섬으로 연결되는 4차선 도로가 새로 건설됐고,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로 들어오는 옛 도로도 개보수됐다.

APEC 운영위는 정상회의 마지막 날 블라디보스토크 하늘을 수놓을 레이저 쇼와 불꽃놀이에만 2억7천만 루블(약 95억원)의 예산을 할당했다. 성공적 회의 개최에 러시아가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 푸틴의 동진(東進) 정책 신호탄 = APEC 회의를 위한 러시아의 ‘통 큰 투자’의 배경에는 푸틴의 동진(東進) 정책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여론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 수도인 모스크바나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아닌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를 APEC 회의 장소로 고집했다.

여기엔 블라디보스토크 APEC 회의를 통해 극동과 시베리아 지역에 대한 회원국들의 관심을 키워 낙후한 극동 지역 개발에 필요한 외부 투자를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극동을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협력을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아태 지역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키우겠다는 의도도 반영됐다.

러시아 APEC 대사 겐나디 오베치코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교역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러시아의 정치적 위상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경제적 이해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석유와 가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으로 자원 수출을 다변화하길 기대하고 있다. 중국, 일본 등 주요 아태지역 국가들과 편치 않은 역사적 경험을 간직한 러시아는 지금까지 아시아에 등을 돌리고 유럽을 주요 경제협력 파트너로 삼아왔다. 그러나 최근의 심각한 유럽경제위기는 러시아로 하여금 유럽 중심 정책을 재고하게끔 만들었다.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의 드미트리 트레닌 연구원은 “블라디보스토크 APEC 정상회의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며 “이번 행사엔 러시아 동부 지역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극동을 러시아와 아태지역을 연결하는 중개지대로 이용하려는 러시아 정부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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