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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 못 하면 쪼갠다… ‘南우크라·北우크라’ 시나리오 꺼낸 러시아

점령 못 하면 쪼갠다… ‘南우크라·北우크라’ 시나리오 꺼낸 러시아

이경주 기자
이경주, 이정수 기자
입력 2022-03-28 18:00
업데이트 2022-03-3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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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찾는 러·우크라

러, 크림처럼 돈바스서 주민투표
속도전 실패하자 분단 시도 나서
우크라 “가짜 주민투표 효력 없어”

젤렌스키는 “나토 포기·중립국화”
28~30일 터키 5차 정전협상 촉각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친러 분리주의 반군 정부인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이 러시아군의 지원하에 최근 점령한 트로히즈벤카 마을에서 27일(현지시간) 침략군이 주민들에게 나눠줄 구호식량을 준비하고 있다. 트로히즈벤카 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친러 분리주의 반군 정부인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이 러시아군의 지원하에 최근 점령한 트로히즈벤카 마을에서 27일(현지시간) 침략군이 주민들에게 나눠줄 구호식량을 준비하고 있다. 트로히즈벤카 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세운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이 러시아 연방 가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이를 두고 러시아가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고전하자 이미 점령한 남·동부 지역에 집중, 우크라이나를 한반도와 같은 분단국으로 만들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돈바스 내 레오니드 파세치니크 LPR 수반은 27일(현지시간) “조만간 러시아 연방 가입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밝힌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은 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보호였다. 러시아군의 지원하에 인근 우크라이나 영토를 추가로 침범한 이들 공화국을 과거 크림반도처럼 우크라이나에서 떼어 내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자, 러시아가 지배하는 지역을 만들어 우크라이나를 둘로 쪼개려 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LPR의) 가짜 주민투표는 무효이며, 법적 효력이 없다. 우크라이나인은 러시아 점령지에서 게릴라전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이번 시도를 두고 전쟁을 압도하지 못해 ‘우크라 영토 전체 점령’ 전략에서 선회한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는 우크라 대도시를 점령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1~2주 안에 (북부) 키이우(키예프)와 하르키우(하리코프)에서 군대를 철수해 돈바스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개전 때 선언했던 ‘특수군사작전’이 끝나고 2단계인 ‘돈바스 해방 작전’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돼 있다. 마리우폴 타스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돼 있다. 마리우폴 타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이번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의 교전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이곳을 장악해야 2014년 강제 합병한 남부 크림반도와 이번에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해 남동부 지역을 우크라이나 영토와 완전히 분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전쟁의 장기화보다는 출구전략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예상과 달리 물리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서방의 전례 없는 경제제재로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에 처해 있다. 우크라이나는 민간인 사망자만 1000명이 넘었고, 1000만명 이상이 집을 잃었으며, 630억 달러(약 77조 2600억원) 규모의 기반시설이 파괴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날 러시아 언론과의 브리핑에서 돈바스 지역 처분 및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포기하는 중립국화와 관련해 러시아와 타협할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터키에서 5차 정전협상을 이어 가기로 한 가운데 협상 개시일에 대한 발표가 엇갈렸다. 우크라이나 협상팀인 다비드 하라하미야 집권당 대표는 “28~30일 대면 협상”을, 러시아 협상단의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실 보좌관 및 터키 대통령실은 29~30일을 회담 날짜로 전했다.

한편 전날 폴란드 바르샤바 연설에서 “이 남자(푸틴)는 권좌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해당 발언이 러시아 정권교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긴장 고조는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유럽에선 해당 발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서울 이정수 기자
2022-03-2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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