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여성단체들 성폭력 피해 증언 수집
우크라 검찰·국제형사재판소 수사 착수
오열하는 우크라이나 여성
우크라이나 여성이 3일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남편이 러시아 군인들에게 고문당한 후 살해된 경위를 설명하며 오열하고 있다. 2022.4.4 로이터 연합뉴스
미사일 공습을 피하면서도 메드베추크는 의료구호품을 볼 때마다 응급키트 대신 사후 피임약을 찾았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엄마는 (여성을 강간하는) 그런 전쟁은 옛날 영화에나 있을 뿐이고 이건 그런 전쟁이 아니라고 날 안심시키려 애썼다”면서 “8년 동안 페미니스트 활동을 했는데 결국 모든 전쟁이 이렇다는 걸 깨닫고 소리 없이 울었다”고 말했다.
키이우 외곽 도시에 널브러진 러시아군 탱크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부 외곽 도시인 부차에서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파괴된 채 널브러진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키이우 북부 외곽 도시들을 침공했던 러시아군을 국경까지 밀어냈다. 2022.4.3 로이터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사진기자인 미하일 팔린차크는 키이우 외곽에서 20km 떨어진 고속도로 위에서 남성 1명과 여성 3명의 시신이 담요에 덮인 모습을 발견했다. 팔린차크는 여성 시신은 모두 알몸 상태였고 일부는 불에 탄 흔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불안한 눈빛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3일(현지시간) 키이우 외곽 부차를 출발하는 버스에 탄 채 밖을 바라보고 있다. 2022.4.4 EPA 연합뉴스
라 스트라다 우크라이나, 페미니스트 워크숍 등 성폭력 피해 생존자를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시민단체들은 러시아군의 전시성폭력 피해 증언을 모아 경찰과 언론 등에 전하고 있다.
라 스트라다 우크라이나의 카테리나 체레파카 대표는 “긴급 핫라인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들의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물리적으로 그들을 돕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서 피해자들에게 닿을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아는 일들이 빙산의 일각일까봐 두렵다”고 덧붙였다.
폐허가 된 마을
한 우크라이나 여성이 3일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러시아 탱크 옆을 지나가고 있다. 2022.4.4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검찰과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보고된 모든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강간과 성폭력은 전쟁범죄이자 국제인도법 위반 행위다.
개전 이후 수백 명의 피란 여성을 지원한 페미니스트 워크숍의 리비우 지부 대외협력 담당자 사샤 캉저는 “전쟁과 성폭력 가해 남성한테서 도망치더라도 트라우마는 피해 여성 안에 폭탄처럼 자리 잡고 있어서 그를 따라다니게 된다. 지금 일어나는 이 비극이 가슴 아프다”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