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자위권 시동건 아베…우파행보 본격화하나

개헌·자위권 시동건 아베…우파행보 본격화하나

입력 2013-07-23 00:00
업데이트 2013-07-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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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현안 산적…봉인 풀더라도 ‘속도전’은 쉽지 않을 듯

‘아베 본색’이 그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인가.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며 양원 ‘여대야소’ 구도를 만든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선거 다음날인 22일부터 봉인해둔 보수주의 현안들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정부의 유식자 회의인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 간담회’를 다음달 재가동, 집단적 자위권(동맹국 등이 공격당했을 때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무력을 행사하는 권리)에 대한 헌법해석 변경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전국 각지에서 개헌 관련 집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의원 선거를 철저히 ‘아베노믹스 선거’로 치른다는 기조 하에 전략상 한동안 건드리지 않았던 논쟁적 현안들의 잠금장치를 푸는 모양새다. 보수성향의 전통 자민당 지지층이 보여준 ‘인내’와 ‘믿음’에 선거가 끝나자마자 화답하는 격이다.

평화헌법의 골간인 헌법 9조를 고쳐 국방군을 창설하고, 집단적자위권에 대한 해석을 변경함으로써 자위대에 묶인 전수방위(상대의 공격을 받았을 때에 한해 방위력을 행사하는 것)의 족쇄를 푸는 것은 아베 총리를 포함한 자민당 현 주류의 숙원이다.

이는 또한 과거사 관련 무라야마(村山)·고노(河野) 담화 수정, 교과서 검정과 관련한 근린제국 배려 조항 수정 등과 한 세트인 ‘전후체제 탈피’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아베 정권이 양원 과반수를 차지하며 국정의 주도권을 틀어쥔 상황에서 숙원인 현안들을 추진해 나가려 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이번 선거를 통해 의회내 개헌세력의 몸집을 키운 것도 아베로서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이 참의원 선거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 개헌 찬성파는 75%에 달했다. 2007년과 2010년 참의원 선거후 아사히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개헌 찬성파가 각각 57%, 61%였으나 이번에는 3분의 2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관심은 추진 속도와 실현 가능성에 모아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일단 현안들의 운을 띄웠지만 ‘속도전’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철저히 경제성과를 앞세워 선거를 승리한 아베 총리에게 역설적이게도 경제는 우경화 행보의 ‘브레이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자민당을 찍은 유권자들 중 다수는 개헌이나 집단자위권 관련 입장을 찬성해서라기 보다는 아베 총리가 20년 장기불황에서 일본을 구출할 것이라는 기대로 지지한 것으로 봐야한다.

대규모 양적완화로 야기한 ‘엔저’와 주가상승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추동력을 제공한 측면이 강한 만큼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의 세번째 화살로 불리는 ‘성장전략’을 통해 기대를 현실로 바꿔야할 숙제가 있다. 자민당 전통 지지층인 농가가 반대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이고, 내년에는 서민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소비세 인상을 하기로 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정권이 국내적 논쟁은 물론 외교갈등까지 초래할 보수주의 현안들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개헌과 집단적자위권 문제에 대해 운은 띄웠지만 국정의 우선순위로 삼고 추진하기에는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얘기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존재도 ‘브레이크’로 작용할 수 있다. 주변국과의 우호와 평화주의를 강조하는 공명당은 헌법 9조 개헌 보다는 환경권 등 새로운 민권조항을 추가하는 ‘가헌’을 지지하고 있다.

자민당이 참의원에서 단독과반에 7석 모자란 115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참의원 20석을 보유한 연립정권 파트너 공명당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의 견제도 아베의 질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한국과 중국의 반응은 개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의 헌법이기에, (한국이나 중국에) 하나하나 설명할 과제는 아니다”라고 못박은 바 있다.

하지만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아베 총리의 지난 4월 의회 발언에 분노한 한국과 중국이 개헌을 통해 정식 군대를 보유하려는 행보를 지지할리 만무한 상황이다.

단적으로 말해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수정으로 연결되는 아베 총리의 ‘침략’ 발언에 대한 명확한 정리 없이 개헌으로 돌진하려면 한국, 중국과의 갈등이 지금과는 한층 다른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음 선거까지 3년, 자민당 총재선거까지로 치면 2년여 시간을 벌어 둔 아베 총리는 경제 관련 현안들을 국정의 우선순위로 삼은 채 숙원인 보수주의 현안들은 여론추이를 보아가며 단계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커 보인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 우경화 행보의 속도는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다음달 15일 그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여부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아베 총리는 참배를 자제할 것이라는 쪽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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